매번 처음처럼 봐야하는 청렴
매번 처음처럼 봐야하는 청렴
  • 임창묵 청주시 하수정책과 주무관
  • 승인 2023.12.07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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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임창묵 청주시 하수정책과 주무관
임창묵 청주시 하수정책과 주무관

 

겨울이 되면 종종 자동차의 시동이 걸리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런 경우 대부분 추운 날씨로 인한 배터리 방전이 원인이다.

최근 갑작스럽게 추워진 날씨로 인해 어머니 차의 배터리 방전이 있었다. 다행히 집에 여분의 차가 있어서 시동이 걸리는 자동차 배터리에 점프선을 연결해 어머니 차의 시동을 걸 수 있었다.

배터리가 방전된 자동차에 점프선을 사용해 자동차 시동을 걸 때마다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군대에서 차량 정비병이었던 나는 강원도 화천의 추운 날씨 덕에 겨울이 되면 매일 아침 군용차량의 시동이 걸리는지 확인해야 했다.

나는 군대에 입대하고서 렌치(볼트, 너트, 나사 등의 머리를 죄거나 푸는 공구)라는 공구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군용차량 정비를 처음 배우게 되었을 때는 정비 지침서를 보고 하나하나 따라 하면서 주의할 점이나 놓친 것이 있는지 세심하게 살펴보면서 정비를 했다.

어느덧 이등병에서 일병을 지나 상병쯤이 되었을 때 내가 맡은 보직에 대해서 자신감도 생기고 군용차량 정비에 대해 익숙하게 되었다.

차량 정비를 하면서 눈으로 보이는 위험한 것들, 예를 들면 대형 군용트럭의 부품들은 한눈에 봐도 잘못 들면 허리가 나가고 잘못 맞으면 큰 상처가 생기게 생겨서 조심하게 된다. 하지만 눈으로 봐서 위험해 보이지 않는 배터리 같은 부품은 조심하지 않게 된다.

여느 때처럼 아침을 먹고 군용차량의 시동이 걸리는지 안 걸리는지 확인해야 했다. 마침 배터리가 방전돼서 시동이 걸리지 않는 차량이 있었다. 시동이 걸리지 않는 차의 시동을 걸기 위해 옆에 있는 시동이 걸리는 차의 배터리에 점프선을 연결하였다.

당연히 익숙하던 업무를 했던 것이기 때문에 방전된 군용차의 시동이 걸릴 줄 알았다. 하지만 방전된 군용차의 시동은 걸리지 않고 배터리 전극 부분에서 하얀 연기가 올라오면서 불이 붙었다. 깜짝 놀라 배터리에 연결한 점프선을 바닥에 집어던졌다. 다행스럽게 점프선이 배터리에서 떨어지면서 배터리 전극 부분에서 불이 꺼졌다.

이 기억 때문에 배터리가 방전된 자동차의 시동을 걸 때마다 잘못 연결된 곳은 없는지 여러 번 확인을 거치고 점프선을 연결하는 습관을 지니게 되었다.

청렴에 대해서도 이와 같다고 생각한다. 공직에 임용된 후 청렴에 대한 교육을 처음 받았을 땐 당연히 조심하고 주의하여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공무원 생활을 오래 함에 따라 우리는 청렴에 대해 익숙해진다. 청렴에 대해 익숙해지다 보니 이 정도의 문제는 넘어가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앞서 내가 겪었던 사건처럼 익숙해지게 되면 잘못된 점이나 잘못된 행동에 대하여 지나치기 쉽다.

우리 공무원들은 청렴에 대해 익숙해졌을지라도 매번 청렴에 관해 확인하는 습관을 지니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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