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죽인 의사
아들을 죽인 의사
  • 정인영 사진가
  • 승인 2023.12.07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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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정인영 사진가
정인영 사진가

 

1953년 5월14일 서울에서 있었던 일이다. 길을 건너던 학생이 달려오는 차에 치였지만 뺑소니로 말미암아 학생은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길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마침 이곳을 지나던 택시 운전사가 학생을 병원으로 이송했다.

그러나 병원비도 없고, 보호자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병원 측은 다른 병원으로 가보라면서 환자치료를 거절했다. 생명을 재촉하는 시급한 환자를 돈 때문에 받지 않은 병원을 원망하면서 꺼져가는 등불처럼 위급한 환자를 차에 싣고 또 다른 병원을 찾았으나 그곳에서도 역시 같은 이유로 거절했다. 택시운전사는 하는 수 없이 다른 병원에도 가 하소연했지만 돌아오는 건 똑같은 대답이었다.

학생의 목숨을 건져줄 병원을 찾고 또 찾았으나 받아주는 병원이 없어 택시운전사는 자기가 학생의 보호자라고 거짓말을 하면서 병원에 눈물로 호소했지만, 그때는 이미 학생이 숨을 거두어버리고 말았다. 싸늘하게 식은 몸이 된 학생을 경찰서로 데리고 간 택시운전사의 안타까운 사연을 모두 들은 경찰관들이 한결같이 “병원이 어찌 그럴 수 있느냐?”라면서 차가운 세상인심을 원망했다.

경찰관의 수소문 끝에 숨진 학생의 신원을 알고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 학생은 택시운전사가 제일 먼저 찾아갔던 바로 그 병원 의사의 아들이었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학생의 아버지인 의사는 택시운전사에게 그동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의 잘못을 후회하며 흐느껴 울었다.

인간의 생명을 돈으로 계산하면 얼마나 될까? 세상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귀중한 생명을 금전과 견주려니 느낌이 좋지 않다. 우리 사회에서 돈을 인간보다 중요시하는 사람이 꽤 있다고 하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수긍할지 모르겠다.

보이지 않는 영혼의 가치를 계량화할 수 없다. 이 사회의 시대정신을 자본주의로 할 때 모든 가치가 돈을 우선한다. 이는 우리 인류역사에서 혹독하리만큼 무서운 가치체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나라를 다스리는 정부와 생산하는 기업, 가정과 개인이 돈을 삶의 가치로 평가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돈을 우선시하면 뒤따르는 부작용도 커진다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다.

돈보다 사람이 먼저인 세상이 되어야 한다. 돈보다 사람이 먼저라 하여 돈과 사람이 별개라 할 수 없으며, 돈을 제일 하는 것이 비인간적이라 하는 뜻은 아니다. 돈을 많이 가지지 않더라도 나름대로 행복을 느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아름다움이라고 하는 것이 옳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돈을 추구하는 것이 비인간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다운 삶을 위하여 얼마의 돈은 필요하며 사람다움이란 사람이 하나의 인간으로서 스스로 올바른 판단을 하고 결정하여 실천하는 데서 오는 행복도 있다.

불만족을 감소시킬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 삶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세계에서 행복도가 제일 높은 나라는 가난한 국가 네팔이다. 왜 그럴까. 가난이 행복일 수는 없지만 소유하지 않아도 인간답게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가진 것이 없고 보잘 것 없다 해도 욕심부리지 않고 만족하는 삶을 추구하는 자세도 가치롭고 행복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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