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고 부활시킬 방법 없나
특성화고 부활시킬 방법 없나
  • 김금란 기자
  • 승인 2023.12.06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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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직업에 귀천이 있을까? 세상에 귀하지 않은 일은 없다. 아니 없는 줄 알았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높은 교육열을 앞세워 부모들은 자녀가 최고 학벌, 최고 높은 지위, 넘칠 만큼 풍족한 경제력을 갖기를 원한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 자식만큼은 기술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살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그래서인가. 세상이 변했어도 직업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달라지지 않는다.

충북도교육청이 지난 4일 2024학년도 특성화고 22개교를 대상으로 일반전형 원서 접수를 마감한 결과 1419명 모집 정원에 지원자가 1287명에 그쳐 평균경쟁률은 0.90대1에 불과했다. 문제는 영동산업과학고, 충북생명산업고, 제천디지털전자고, 제천산업고, 증평공업고, 충북산업과학고, 충북비즈니스고, 충북IT과학고 등 8개 학교에서 총 223명의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는 점이다.

특성화고는 매년 신입생을 선발할 시기가 되면 모집 정원을 채울 수 있을지 불안해한다. 매년 겪는 일이지만 지원자가 적으니 미달 사태를 빚는 것은 당연하다. 막상 신입생이 들어와도 걱정이다. 중도에 일반고로 계열전환으로 빠져나가거나 중도 탈락하는 학생들로 특성화고는 제대로 된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어렵다. 남아 있는 학생들도 취업 대신 대학을 선택한다.

도교육청이 올해 도내 중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고교 진학 희망 조사 결과를 보면 일반고 진학 희망 비율은 84.8%로 역대 최고를 나타낸 반면 특성화고 진학 희망 비율은 9.6%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도내 특성화고 수는 2011년 29곳에서 현재 22곳으로 줄었다. 특성화고에 대한 진학 기피가 심화하면서 지난해에는 충북 고교 첫 통합 사례로 보은정보고와 충북생명산업고의 통합이 이뤄졌다. 올해는 두 번째 사례로 제천디지털전자고와 제천산업고의 통합이 결정됐다.

기업은 일할 사람이 없어 인력난에 허덕이는 데 특성화고는 미달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무엇 때문일까?

도내 모 특성화고 교사는 “제약회사에 취업한 제자가 직장에서 복도에 서 있는 데 그 옆에서 연구직들이 영어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투명인간 취급을 당한 것 같다는 얘기를 듣고 놀랐다”며 “취업현장에서 상처받은 학생들이 대학을 진학하겠다는 데 할 말이 없었다”고 말했다.

사회는 여전히 학벌, 학력이라는 잣대를 들이댄다. 그런 이유로 취업을 희망해 특성화고를 진학해도 대학을 선택한다. 대부분 특성화고에는 진학반이 운영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이하 OECD)에서 공개한 `OECD 교육지표 2023'을 보면 우리나라 청년층(만 25~34세)의 고등교육이수율은 69.6%로 OECD 국가 중 1위였다. OECD 평균(47.2%)과 비교하면 22.4%p 높았다. 교육단계별 고졸 고용률은 OECD 평균이 76.5%인 반면 한국은 71.7%에 그쳤다. 교육단계별 상대적 임금(고졸자 임금=100 기준)은 전문대학 졸업자 111.2%, 대학 졸업자 134.9%, 대학원 졸업자 176.6%로 학력 간 격차가 컸다.

학벌과 학력으로 판단하는 사회에서 고졸 취업자들은 설 자리가 없다. 10년을 일해도 고졸이라는 멍에를 씌우는 사회에서 누가 특성화고를 진학하고 미래를 꿈꿀 수 있을까.

교육부는 지난 8월 발표한 `중등직업교육 발전방안'을 통해 직업계고 경쟁력 제고를 위해 현장이 원하는 학교 100개교 집중 육성하고 산학협력 활성화를 위해 학교기업 운영 및 학교 내 기업 유치 학교를 2027년 100개교까지 확대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드문드문 들려오던 `고졸신화'도 사라졌다.

정부가 할 일은 현실성 없는 거창한 정책보다 특성화고 학생들이 학력으로 차별받지 않도록 사회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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