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가 주인공
오늘은 내가 주인공
  • 윤학준 충북교육문화원 교육연구사
  • 승인 2023.12.06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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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윤학준 충북교육문화원 교육연구사
윤학준 충북교육문화원 교육연구사

 

몇 해 전부터 오케스트라 공연의 새로운 흐름으로 등장한 것이 있다. 바로 `영화음악 콘서트'. 클래식보다 더욱 대중들에게 친숙하고 공감할 수 있는 소재로 영화를 본 사람에게는 감동이 배가 될 수 있는 콘텐츠임이 분명하다.

내가 활동하고 있는 교과연구회에서 얼마 전 `히사이시 조'의 영화음악 콘서트를 관람하였다. `히사이시 조'는 다양한 영화와 클래식 음악을 작곡한 일본의 작곡가이자 지휘자로 지브리애니메이션의 많은 작품들의 OST를 작곡해 우리에게는 더욱 친숙한 작곡가이다.

연주 내내 나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곳이 있었는데 그곳은 바로 연주단 맨 뒤에 위치한 타악기 연주자들. 음악의 요소요소에 따라 바삐 움직이며 트라이앵글, 탬버린, 스네어드럼, 글로켄슈핀 등의 여러 악기들을 2~3명이 연주하는 모습이 매우 재밌었고 신기했다. 그들이 연주하는 소리들은 어쩜 그렇게 순간마다 맛깔스러운지, 또한 중요한 순간에는 강한 심벌즈와 큰북, 팀파니로 음악을 웅장하게 살려준다.

예전 TV 광고가 생각난다. 오케스트라 공연을 하고 있는 장면과 음악을 배경으로 누군가가 서둘러 어디론가 급하게 가는 장면이 오버랩되는데 그의 손에는 심벌즈가 들려있다. 오케스트라는 점점 더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가고 음악은 마치 화산이 터지기 직전의 분위기로 몰아간다. 그런데 중요한 한 명의 연주자가 없다. 지휘자는 애가 타지만 연주를 멈출 수 없다. 그 때 심벌즈를 든 연주자가 무대로 미친 듯이 뛰어오다가 무대 입구에서 그만 발에 걸려 넘어지며 손에 들고 있던 심벌즈가 무대 바닥에 떨어지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진다. 하지만 심벌즈가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음악의 최고조의 순간과 일치하며 음악을 멋지게 살려주는 가장 중요한 핵심이 되었다. 연주가 끝나고 지휘자는 손을 가리키며 심벌즈 연주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 사람은 이 오케스트라단의 심벌즈 연주자였던 것이다. 단 한번의 연주(?)로 음악을 완성하는 멋진 주인공이 된 것이다. 이 광고의 의미는 모두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요즘 많은 학교에서 오케스트라를 운영하고 있다. 오케스트라는 합창과 달리 처음부터 악기를 지정해서 구성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바이올린과 플루트가 차지한다. 이외에 비올라, 클라리넷 등 주로 현악기와 목관악기를 선호하고, 관악부를 운영하는 학교에서는 트럼펫, 튜바와 같은 금관악기로도 구성되기도 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타악기를 연주하겠다고 신청하는 학생은 거의 없다. 타악기 중에서도 마림바와 글로켄슈핀처럼 멜로디를 연주할 수 있는 악기 말고 심벌즈, 탬버린, 트라이앵글, 큰북, 스네어드럼 등은 아무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얼마 전 충북교육문화원에서 열렸던 K-문화마당에 많은 오케스트라 운영학교가 출연해 멋진 공연을 펼친 바 있다. 진행자로서 무대 측면에서 연주하는 장면을 볼 수가 있었는데 연주하는 학생들의 진지한 모습을 아주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청주의 어느 한 고등학교의 연주였다. 맨 뒤에서 심벌즈와 스네어드럼을 연주하는 학생이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음악의 요소요소마다 감칠나게 치고 들어가는 돋보이는 연주 센스가 음악 전체를 살리는 느낌이었다. 마지막에서도 강한 큰북과 심벌즈가 클라이맥스를 장식했다. 연주가 끝나고 그 학생들에게 엄지 척을 세우며 아낌 없는 칭찬을 해주었다. 모두가 훌륭했지만 내가 생각한 오늘의 주인공은 그 두 친구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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