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주리는 결식아동들
굶주리는 결식아동들
  • 하성진 기자
  • 승인 2023.12.03 17: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하성진 부장(취재팀)
하성진 부장(취재팀)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의 치킨 세트가 3만원을 훌쩍 넘는다. 아이들 입맛을 사로잡는 달콤한 꿀과 고소한 치즈가 곁들여진 치킨 단품 가격만도 2만원에 달한다.여기에 사이드메뉴 1개, 콜라 1개가 추가되는 세트 가격은 3만~3만5000원이다.

얼마 전 결식아동 분야에 종사하는 지인에게 한 아이의 사정을 들었다. 급식카드를 아끼려 편의점에서 컵라면으로 점심을 때웠고, 남은 돈으로 동생이 먹고 싶어하는 치킨을 사줬다고 한다.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외식비도 만만찮은 시대다.

이런 경제 환경 속에서 소외계층, 특히 결식아동들이 굶주리고 있다. 한참 잘 먹어야 할 나이에 아이들은 집밥도 아닌, 그렇다고 일반음식점도 아닌, 저렴한 가격에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편의점으로 몰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 충북지역 결식아동의 급식카드 편의점 사용비율은 21.2%에 달한다. 지난해 상반기 17.0%보다 소폭 증가했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1~6월) 충북지역 결식아동 아동급식카드 사용처 중 편의점에서 사용된 건수는 6만3655건으로 전체 29만9674건의 21.2%를 차지했다.

사용처별로는 일반음식점·휴게음식점이 9만5513건으로 31.8%를 차지하며 가장 많았고, 마트 8만8844건(29.7%), 편의점, 제과점 2만4669건(8.2%), 패스트푸드 2만1087건(7.1%) 등이 뒤를 이었다.

아동 급식카드는 저소득층 아동의 끼니 해결을 돕기 위해 지자체가 지원하는 카드다.

편의점에서 급식카드 결제액이 늘어난 주원인은 물가가 오르면서 일반음식점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올해 아동 급식카드의 편의점 결제 주요 품목은 우유, 컵라면, 도시락·김밥·즉석밥, 샌드위치·빵이다. 편의점 전체만 봐도 우유가 1위를 차지했다.

일각에서는 한끼당 8000원에 그치는 보건복지부 권고단가는 고물가를 반영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지부의 권장 급식단가는 끼니당 지난해 7000원에서 올해 8000원으로 높아졌다.

충북의 경우 시·군의 결식아동 한 끼 급식단가는 천차만별이다. 옥천군이 9000원으로 가장 높고 나머지는 7000~8000원 수준이다. 급식비를 상향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지자체가 급식비 단가를 올리기도 사실 쉽지 않은 문제다. 예산이 수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다른 지역과 달리 충북의 결식아동 급식비는 오롯이 기초단체의 몫이라는 것이다. 전국 17개 시·도 중 결식아동 급식비를 시·군과 나눠 부담하지 않는 곳은 충북뿐이다.

지자체는 아동복지법에 따라 18세 미만 취학 또는 미취학 아동 중 보호자가 식사를 준비하기 어렵고 아동 스스로 챙겨 먹기 어려운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정 아동에게 급식비를 지원하고 있다.

도가 결식아동 급식비를 내지 않는 것은 2019년 시군 이양사업으로 전환했기 때문인데 이를 시·군에 이양한 시·도 역시 충북이 유일하다. 충북을 제외한 시·도는 급식비의 20~100%를 시·도비로 부담하고 있다.

지금 기준대로라면 도가 시군에 급식비 일부분을 지원해준다면 결식아동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늘 수 있다.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