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양화평(陰陽和平)의 삶
음양화평(陰陽和平)의 삶
  •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23.11.30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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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동양의 가장 오래된 경전 중 하나인 주역은 복희씨가 팔괘를 만들고 신농씨가 64괘로 확장한 뒤, 문왕이 괘에 사(辭)를 붙이고 그 아들 주공(周公)이 효사(爻辭)를 지어 완성되었다.

공자도 죽간의 가죽끈이 세 번이나 낡아 끊어지도록 오랜 세월 주역을 공부한 뒤, 십익을 붙였다.

주역은 64괘와 384효사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단순한 점서(占書)가 아니다. 주역은 우주 만물의 운행원리를 음양론으로 설명함으로써, 대자연의 질서와 인간세계의 도리를 명료하게 규명하고 있는 상수학으로, 음양화평(陰陽和平), 중정무구(中正無垢), 미현천유(微顯闡幽) 등의 가르침을 통해 행복한 인생의 비법을 명료하게 밝히고 있는 유교의 핵심 경전으로, 사서삼경 중 하나인 역경이 바로 주역이다.

우리 모두의 인생은 공기를 들여 마시는 양적 행위인 `흡(吸)'으로 시작해, 숨을 내쉬는 음적 행위인 `호(呼)'로 막을 내린다. 따라서 살아 있는 모든 사람은 반드시 호흡(呼吸)이 끊어지지 않도록 음양의 조화를 잘 유지해야 한다. 삶이 유지되기 위해선 `호'와 `흡'이 자기 자신만을 고집하는 일 없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공존해야 한다.

양(陽)적인 `흡'과 음(陰)적인 `호'는 하나면서 둘이고, 둘이면서 하나라고 할 수 있는데, 호(呼)와 흡(吸)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상의-상보적 관계를 유지하며 공존하듯이, 세상만사도 마찬가지다.

이 같은 맥락에서 주역은 매 순간 처한 상황에 딱 들어맞게 음과 양이 조화를 이루며 펄펄 살아 숨 쉬고 있는 음양화평(陰陽和平)을 성공적이고 행복한 삶의 필요충분조건으로 꼽는다.

음양화평은 그 어느 쪽으로도 치우침이 없는 가운데, 그때그때 처한 상황 상황에 딱 들어맞는 중도(中道)를 걸어가는 것으로, 그 어떤 그릇됨과 허물도 없기에 중정무구(中正無垢)다.

그렇다면 음양화평 중정무구의 멋진 삶을 위해서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주역이 강조하는 성공적이고 행복한 삶을 위한 비결은 양(陽)적으로 지나치게 드러난 것은 음(陰)적으로 미미하게 하고, 음적으로 지나치게 미약한 것은 양적으로 과감하게 드러내는 미현천유(微顯闡幽)다. 미현천유를 통해 마음을 0점 조정함이 무아(無我)를 깨닫고 심령이 가난한 자로 거듭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과거의 모든 습관을 훌훌 털어버리고 새사람이 돼야만, 그 어떤 성향과 습관에도 영향받지 않고, 그때그때 처한 상황에 맞는 가장 올바른 길을 선택할 수 있다.

마음을 0점 조정하지 않은 채, 습관적인 생각의 덫에 걸려 액셀과 브레이크 어느 한쪽으로 마음이 쏠리게 되면, 액셀을 밟아야 할 때 브레이크를 밟고, 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때 액셀을 밟게 된다. 신속해야 할 때도 나태한 습관에 젖어 있게 되고, 느긋해야 할 때도 서두르는 습관에 끌려가게 됨으로써 불행한 인생을 자초하게 된다. 나는 매사를 서두르며 성급하게 추진하는 성향을 극복하고 차분해질 필요가 있는가? 나는 매사를 미루며 나태하고 게으른 성향을 극복하고 부지런해질 필요가 있는가? 지금은 과감히 나갈 때인가? 차분히 머물 때인가? 아니면 미련 없이 뒤로 물러설 때인가? 오랜 세월 동안 안주해 왔던 우물을 훌쩍 벗어나, 그 어떤 습관에도 얽매이는 일 없이, 매일 매일 태초의 아침을 맞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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