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엔 끝이 없고 성장에는 나이가 없다
배움엔 끝이 없고 성장에는 나이가 없다
  • 박창호 전 충북예술고 교장
  • 승인 2023.11.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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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박창호 전 충북예술고 교장
박창호 전 충북예술고 교장

 

“브라보!”

교직원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의 앙코르곡 `Bravo my life'의 연주를 마치고, 단원들은 후련한 마음으로 그렇게 `브라보!'를 외쳤다. 나도 그랬다. 모자가 있었더라면 벗어서 공중으로 던져 보고 싶은 심정이었다.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기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지난 1년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매주 일요일 합주 연습에 참여했고, 아침마다 눈을 뜨면 물 한 잔 마시고는 곧바로 첼로를 붙들고 매일같이 연습을 했다. 그러니 이런 내가 얼마나 기특한가!

배움엔 끝이 없고 성장에는 나이가 없다. 연주 실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것인데 어떻든 연주를 끝까지 해냈다는 것은 그 길을 갈 용기와 의지가 내 안에 있다는 것이니 이 얼마나 대견한가! 나는 그런 내 자신을 위하여 힘껏 “브라보!”를 외쳤다.

내가 첼로를 시작한 것은 2019년이다. 개교 3년을 맞은 은여울중학교에서 새로운 교육과정에 대한 갈망과 고민을 하던 차에 2학기 들어 음악 선생님이 방과 후 과정으로 바이올린과 첼로를 가르치는 현악반을 운영해보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박수를 치면서 지지하였고, 선생님들도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아이들을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은 말이 아니라 교사의 행동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게다가 아이들과 함께 연주회를 할 수 있다면 이 또한 삶에서 얼마나 멋진 장면, 얼마나 멋진 추억이 될 것인가!

그런 꿈으로 방과 후 현악반에서 아이들과 함께 첼로를 시작했다. 그리고 점심 시간을 연습 시간으로 정해 맹연습을 하기로 작정하고, 매일 교장실에서 연습을 시작하였다. 그런데 어느 날 점심 시간, 첼로 연습을 하고 있는데 선생님 한 분이 교장실로 들어서더니 문을 닫고 연습을 해달라고 주문하였다. 순간 당황스럽고 내 생각을 몰라주는 것 같아 섭섭했지만, 나름 무슨 이유가 있겠지 생각하며 그러겠노라 하였다.

그러다 얼마 전 오랜만에 은여울 선생님 몇 분을 만날 기회가 있어 그날의 당혹스럽고 야속했던 에피소드를 얘기했더니 한 선생님이 “두둥~” 하시면서 이제는 진실을 밝히겠다며 웃으셨다.

교무실에서는 점심 시간에도 우는 아이들, 조르는 아이들로 정신이 없는데, 교장실에서 건너오는 끽끽거리는 서툰 첼로 소리는 선생님들의 마음을 더 불안하고 심란하게 만들었단다.

얘기는 웃으면서 들었지만, 그런 줄도 모르고 맹연습을 하겠다며 서툰 첼로 소리로 끽끽거리고 있었을 내 모습을 상상하니 한없이 어리석게 느껴졌고, 또 그런 상황에서 근무했을 선생님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하고, 한없이 미안해졌다.

그렇게 시작한 첼로다. 그런데 어찌 소홀히 할 수 있으랴. 내년 정기연주회 때에는 우리 오케스트라에서 내가 작곡한 곡이 연주되는 꿈같은 장면을 상상해 본다.

`해 저문 어느 오후, 집으로 향한 걸음 뒤엔, 서툴게 살아왔던, 후회로 가득한 지난날, 그리 좋지는 않지만, 그리 나쁜 것만도 아니었어

Bravo! Bravo! my life 나의 인생아! 지금껏 달려온 너의 용기를 위해! Bravo! Bravo! my life 나의 인생아! 찬란한 우리의 미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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