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편히 쉬지 못할까
왜 우리는 편히 쉬지 못할까
  • 이혜주 청주시 흥덕구 세무과 주무관
  • 승인 2023.11.29 1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열린광장
이혜주 청주시 흥덕구 세무과 주무관
이혜주 청주시 흥덕구 세무과 주무관

 

얼마 전 재산세 정기분을 마치고 모처럼 연가를 내어 쉬는데 오랜만에 쉬는 만큼 더욱 알차게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할 일을 찾아보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오늘은 푹 쉬자며 일부러 별다른 목표를 세우지 않았음에도 금세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은 것 같아 찝찝함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현대인들은 빠르게 변하는 환경 속에서 적응하고 발전하기 위해 치열하게 하루를 보내다보니 여유 시간마저 생산적인 활동으로 채우지 않으면 남들보다 뒤처지는 것 같은 불안감을 느낀다.

슈드비 콤플렉스(should be complex)란 독일의 정신분석학자 카렌 호나이(Karen Horney)가 정립한 개념으로, 자기 자신으로 자연스럽게 살지 못하고 항상 반드시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상태를 말한다.

하고 싶은 일보다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을 삶의 중심에 놓고,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면 압박감을 느끼게 된다.

슈드비 콤플렉스의 문제점은 쉴 때도 제대로 쉬지 못한다는 점이다. 휴식시간이 오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쉰다는 또 다른 강박에 시달린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기‹š문에 효율성이 떨어지면 인생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순간이 긴장의 연속이기 때문에 쉽게 번아웃에 빠져버리기도 한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어떠한 성찰도 없이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달리기만 하다보면 그 끝엔 허무만이 남아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언가를 해야한다'의 반대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라고 생각하지만, `무엇이든 해도 된다'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한다.

무엇이든 해도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고, 밖으로 나가 드라이브를 하거나 카페에서 종일 책을 읽어도 되고, 하루 종일 방구석에 틀어박혀 드라마를 몰아봐도 된다.

다만 무엇이든 잘 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사람은 분명 언제나 생산적일 수 없는 존재이고, 적절한 휴식이 필요하다. 휴식할 때마저 효율적이고 생산적이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다. 온전히 나를 위해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 또한 매일 의미있는 하루를 보내기 위해 노력했고, 쉬는 날에도 계획적으로 하루를 보내려고 했다. 어느 순간 모든 것에 지쳐있는 나를 발견했을 땐 그동안 인생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부지런히 살았다는 명목하에 스스로를 너무 몰아붙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은 길고 긴 마라톤이고 언제나 전속력으로 달릴 수는 없다. 결국 나도 인간이기 때문에 기계처럼 언제나 생산적일 수 없다. 이를 받아들이고 내 자신이 정말 원하는게 무엇인지, 지금 정말 필요한게 무엇인지 인지하며 스스로를 돌보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해선 늘 생각하지만 정작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잘 모른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오로지 나로서 존재하는,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보는게 어떨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