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인들의 눈으로 밤하늘을 바라보다
고대인들의 눈으로 밤하늘을 바라보다
  • 이소정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 선임전문관
  • 승인 2023.11.29 1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타임즈 포럼
이소정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 선임전문관
이소정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 선임전문관

 

현재 우리는 밤에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소파에 기대 티비를 보며 드라마 주인공에게 감정을 이입하기도 하고, 침대에 기대앉아 유튜브 알고리즘이 이끄는 대로 동영상을 보기도 한다. 친구와 낮에 미처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를 카톡으로 나누기도 하고, 괜히 감성에 젖어 다음날이면 후회할 수 있을 글들을 SNS에 올려 스스로 흑역사를 생성하기도 할 것이다.

세상이 어둠으로 덮인 밤을 이런 모습으로 보내는 것은 더 이상 우리에게 낯선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불가능해진다면, 우리는 밤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가 지금 너무나도 익숙하게 대하고 있는 이 모든 것이 없었던 시대에는 밤은 어떠한 존재였을까.

고대인들이 보던 밤하늘을 어렴풋하게나마 예상할 수 있게 해주는 세계기록유산이 있는데 바로 1999년 독일에서 발견된 「네브라 스카이 디스크」이다. 2013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지름 30cm 남짓의 청동 원반인 네브라 스카이 디스크에는 문자가 없던 청동기시대에 살던 고대인들이 남긴 태양, 달, 별의 모습을 담고 있다.

고대인의 우주관을 담은 유산

기원전 1600년경인 청동기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알려진 본 기록유산은 그 시대에 이러한 정보를 담을 수 있는 기술력이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게 다가올 정도로 그 당시의 천문현상을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자료이기도 하다.

네브라 스카이 디스크는 현재까지도 그 관찰력과 통찰력 그리고 기술력에 많은 관심과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는데, 고대에는 태양, 달, 별의 위치를 통해 오늘날에도 사용하는 일출과 일몰 시점을 통하여 동지와 하지, 윤달의 개념을 파악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하나의 원반에 이 모든 천문현상이 통합적으로 담겨있던 셈이다.

특히 원반에 양쪽에 붙어있는 두 개의 원호는 지평선을 의미하는데, 원호의 양 끝에서 원반의 중심까지의 각도가 82도이며, 이는 본 기록유산이 발견된 독일 중부지역의 하지와 동지의 일몰 위치 간의 각도를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999년 두 명의 도굴꾼에 의해 발견된 이 기록유산은 2002년이 되어서야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냈고, 이를 통해 우리는 고대인들이 관측하던 하늘의 모습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보는 하늘은 늘 그 자리에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우리가 흘려보내는 시간처럼 그 하늘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었음은 고대인들이 이미 발견한 셈이다.

시간의 흐름을 자각하고 이를 기록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이전까지 그저 흘려보내기만 했던 시간을 우리가 붙잡으면서 비로소 그 시간을 살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그 시간이라는 개념을 통해서 우리는 내일을 예측하고 준비하게 된 것이다.

네브라 스카이 디스크에는 작은 원호가 또 하나 있는데, 이는 `태양 배'를 상징하며 이를 통해 본 기록유산이 천문학적 의미뿐 아니라 종교적 의미도 함께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태양 배'는 고대 이집트에서 건너온 개념으로 해가 뜨고지는 것을 태양신이 매일 아침 배에 태양을 싣고 나타났다가 저녁에 사라지는 것으로 생각한 데서 유래된 것이다.

고대인들이 남긴 세계기록유산인 `네브라 스카이 디스크'를 통해 매일 태양신이 배에 태양을 싣고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저녁, 우리의 밤하늘은 어떤 모습일지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