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빛나는 부부(夫婦)
스스로 빛나는 부부(夫婦)
  • 김문희 청주시 오창읍 맞춤형복지팀 팀장
  • 승인 2023.11.28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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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희 청주시 오창읍 맞춤형복지팀 팀장
김문희 청주시 오창읍 맞춤형복지팀 팀장

 

소중한 인연.

“안녕하세요 팀장님! 잘 지내셨죠? 또 때가 돼서 이렇게 전화드립니다. 하하하.”

10년 전 근무지에서 만난 새마을 지도자님의 반가운 목소리다. 강산도 변한다는 그 시간 동안 변함없이 1년 농사가 끝나는 이 시기가 되면 복지사인 나를 찾는다. 올해도 변함없다.

이유는 자신이 농사지은 쌀 400㎏을 기부하겠다는 것인데 물론 본인이 사는 면 행정복지센터에도 동량을 전달한다.

내 근무지가 구청, 시청, 읍·면·동으로 바뀌어도 계속해서 나를 껌딱지처럼 따라다닌다. 그런데 이 껌딱지는 나에게 앞으로도 농사를 짓는 한 계속해서 따라 다니겠다고 협박하며 웃는다. 소중한 인연이 계속될 조짐이다.

이유인즉 자신이 제일 잘하는 벼농사, 쌀로 재능을 기부하고 싶단다. 왜 나에게일까? 복지 현장을 돌아다니니 누구보다 어려운 이웃, 특히 복지 사각지대를 찾고 잘 전달해 그분들이 당분간 끼니 걱정을 덜길 바라는 부부(夫婦)의 바램을 내가 잘 수행할거란 믿음에서란다.

실제 그 마음에 감동받아 매년 이곳저곳 유심히 살피고 함께 쌀을 전달해왔다. 청주시 드림스타트, 노인복지관, 아동생활 시설, 한부모가정, 홀몸노인 등 다양하다. 한번은 몹시 추운 겨울날 눈을 맞으며 엘리베이터가 없는 아파트 5층까지 쌀을 6개나 들고 올라가다 숨이 턱까지 차올랐던 기억이 있다. 아픈 엄마와 예쁜 아이 4명도 고사리손으로 우릴 도왔다.

이 부부의 또 하나의 기부 철칙은 절대 드러내지 않는 것인데, 그 흔한 전달 사진 한 장이 없다. 그래서 드러내지 않아도 스스로 빛나는 부부다.

스스로 빛나는 부부.

부부는 동갑내기로 비교적 늦은 나이에 결혼해 딸이 하나 있고 이제 대학생이다.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사치 없이 항상 햇볕에 그을린 검은 얼굴에 작업복이 전부다. 어디 이뿐인가 눈이 오면 새벽에 일어나 주민 안전을 위해 마을 안길을 구석구석 기계로 다 치운다. 여러 해 동안 지금도 변함없이.

본인 땅과 고령화된 농촌 어르신들 땅을 대신 농사 짓고 곡식을 성실히 조달한다. 본인이 농사지은 쌀의 품질을 자랑하며 압력밥솥이 아닌 일반밥솥에 밥을 했을 때 윤기가 흐르고 맛있는 쌀이 최고라며 쌀부심이 넘치고 흘러 얼굴에서 빛이 난다. 그리고 열심히 일한 댓가로 남는 쌀은 이렇게 이웃과 나눠 먹겠다는 스스로의 약속을 매년 지킨다.

재능도 기부다.

연말연시 이웃돕기가 한창이다. 백미, 김장, 연탄, 현금, 현물 등 다양하다. 특히 다음 달 12월부터 내년 1월까지 `희망 2024 나눔 캠페인' 기간이다. 필자는 스스로 빛나는 부부처럼 이웃과 나눌 수 있는 넉넉한 마음과 재능만 있다면 누구나 기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제일 잘하고 자신 있는 것부터 기부를 시작하자! 그리하여 `드러내지 않아도 스스로 빛나는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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