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천과 미호강의 발원지를 찾다
무심천과 미호강의 발원지를 찾다
  •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 승인 2023.11.23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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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물길의 발원지를 찾는다는 것은 생명의 근원인 물의 순리를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고, 생명존중의 사고는 결국 휴머니즘을 위한 진지한 고민에 실마리를 줄 것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발원지를 찾아가는 길은 염치를 알고 순수에 가깝게 진정한 나를 알아가는 여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연스레 우리 고장의 큰 강인 금강(錦江)의 물길과 발원지를 알고 싶었고, 지난 한여름에 전북 장수 신무산의 뜬봉샘을 찾아갔던 이야기를 이미 드린 바 있습니다. 길이나 유역면적에서 한강, 낙동강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강이기 때문에 수많은 지류를 갖고 있고, 이는 그만큼 많은 귀한 생명을 품고 있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남쪽의 무주와 금산, 남부 3군을 거쳐온 금강은 대청댐에 의해 크게 모아졌다가 과거 청주 땅이었던 세종의 부강에서 미호강(美湖江)을 받아들여 폭이 장대해집니다. 금강의 제1지류인 미호강은 음성 삼성면의 망이산(또는 마이산)에서 발원하여 진천과 청주를 거쳐 부강에서 금강 본류에 합수되는데, 청주의 물길을 상징하는 무심천(無心川)은 문암생태공원(까치내) 부근에서 다시 미호강으로 품어집니다.

무심천 이야기, 무심천의 발원지는 두 곳으로 좁혀지는데, 청주에서 가장 높은 마을이기도 한 낭성면 추정리 산정말의 윗샘과 아랫샘, 또 하나는 가덕면 내암리의 깊은 계곡입니다. 산정말 400m 지대가 만들어낸 깨끗한 용천수가 두 개나 솟아 흘러내리고, 백두대간 속리산에서 시원하게 뻗어나온 한남금북정맥이 훤히 내려다보입니다. 여기서 멀지 않은 건너 산줄기에 보은과 경계를 이루면서 맑은 계곡물이 흘러내립니다. 청주 인근의 유명한 괴산의 화양동이나 쌍곡계곡, 보은의 만수계곡 등에서나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무심천이 시작되는 곳에서 만나는 계곡물은 특별하고 신기합니다. 유명한 생수 공장이 있는 걸 보니 수질 검증이 필요 없습니다. 다만 무심천 발원에서 생수를 만들어내니 지하수 고갈로 인한 자연환경 보호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지역경제 측면에서 원주민과 권리의 충돌이 언제든지 가능해 보입니다. 무심천의 시작이 하나로 정해지지 못했는데, 산정말에서 비롯한 물길과 내암리 계곡에서 흐르는 물길이 가덕면 금거리에서 합류됩니다. 여기까지 물길의 거리가 거의 똑같이 3.5킬로 내외여서 어느 하나로 물길의 시작점을 정하기가 더 어려운듯 합니다.

미호강 이야기, 가을이 오기 전 발원지인 망이산을 찾아 흠뻑 땀을 흘리려고 했었는데, 벌써 입동과 소설을 지나 겨울의 문턱에 와 있습니다. 여기는 경기 안성시 일죽면과 도계지역이기도 합니다. 경사가 심한 최단코스의 대사리 마을부터, 또 경사가 조금 덜하지만 비교적 긴 양덕리 마을부터 모두 망이산을 올라봤습니다.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다보니 이정표와 등산로 정비가 부족했지만, 가쁜 숨을 참으며 오른 472미터의 정상에서 내려다본 중부고속도로와 너른 들판, 서녘으로 지는 해가 장관이었습니다. 망이산성의 흔적과 함께 미호강 발원지가 되는 연못이 신비롭습니다. 발원지라고 해서 대단한 풍경을 기대할 수 없지만, 마음을 낮추고 작은 샘물에서 시작되는 장구한 물길을 본다면 흐르는 땀은 귀하고, 산 정상에 솟아있는 샘물에 감동하게 됩니다. 이 물이 음성 남서부와 진천, 청주를 거치며 아름다운 백사장과 미호종개를 함께 만들어내고, 금강으로 훌러들어 결국 서해의 바닷물이 됩니다. 긴 물길 따라 얼마나 많은 사람과 생명들의 이야기가 깃들어 있을까요.

망이산 정상의 연못을 가만히 들여다 보니, 윤동주의 `자화상'이 생각나고, 이 물이 장구한 물길을 이루어내는 것을 생각하니 강은교 시인의 `우리가 물이 되어'를 더욱 음미할 수 있겠습니다. 짧아진 해 걱정에 빨리 하산하는데도, 중천에 뜬 상현달과 서녘에 지는 해가 모두 가슴으로 들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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