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기 놓친 팔순노인 2천평 벼 이웃사촌 의기투합 벼베기 완료
수확기 놓친 팔순노인 2천평 벼 이웃사촌 의기투합 벼베기 완료
  • 김영택 기자
  • 승인 2023.11.22 1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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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철 잦은비로 논바닥 질퍽… 콤바인 활용 불가능
태안 안면읍 주민 “서로 돕고 살아야죠” 감동 선사

“오랫동안 함께 한 사이인데 이웃 간의 정이라는 게 있잖아요. 어려운 사정이 있으면 서로 돕고 살아야죠.”

지난 19일 오전 충남 태안군 안면읍 중장1리 마을의 들녘에서는 이색 광경이 목격됐다. 바닥이 물로 흥건해 질퍽거리는 논에서 십 여명의 주민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낫으로 직접 벼를 베고 있었다.

기계화가된 요즘 콤바인 없이 직접 낫으로 벼베기를 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 하지만 이날 주민들의 벼베기에는 나름의 사연이 있었다.

이 마을에서 80평생 벼농사를 지어온 서모씨(80)가 2000여평 가까운 논의 벼 수확을 못한 채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확철 잦은 비로 벼수확 시기를 놓쳤던 것이다. 게다가 빗물이 그대로 논바닥에 남아 진수렁을 이루면서 콤바인을 사용한 벼베기마저 불가능한 처지가 됐다. 결국 낫을 이용해 직접 벼를 베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팔순 고령의 서옹에게 2000평 논의 벼베기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런 사연은 주민들에게 전달됐고 서옹의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들은 중장1리 김중우 이장과 주민들은 서씨의 논 벼베기를 하기로 뜻을 모았다.

그리고 이날 오전 서씨의 논에는 총 15명의 주민들이 모였다. 소식을 전해들은 가세로 군수와 안면읍장 등 군 및 안면읍 관계자들도 현장을 찾았다.

주민들이 작업에 나선 서씨의 논은 총 6489㎡(약 1963평). 농기계 대신 낫을 들고 이웃을 위해 열심히 땀 흘린 주민들의 배려 덕에 단 하루만에 벼베기는 마무리 됐다.

서씨는 “몸이 안 좋은데다 비도 많이 와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저희 논만 수확을 못 하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는데 이웃들이 이렇게 도와주고 군수님 등도 격려차 와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며 “받은 것 이상으로 베풀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하겠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김중우 이장은 “오랫동안 함께 정을 나눈 이웃으로서 어르신을 위해 일요일 하루만 다 같이 힘내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는데 다행히 주민분들이 흔쾌히 받아들여 주셨다”고 말했다.

/태안 김영택기자

kyt3769@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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