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그리고 만남
자연, 그리고 만남
  • 강석범 청주 복대중 교감
  • 승인 2023.11.22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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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강석범 청주 복대중 교감
강석범 청주 복대중 교감

 

2021년, 내가 대표로 있는 미술단체 전시 일정으로 한창 정신이 없을 때 우연히 같은 층에 열리고 있는 전시실을 기웃거렸다.

사실 내 전시에 온통 집중할 때라 바로 옆 전시장에서 어떤 종류의 전시가 열리고 있는지 살필 겨를이 없었다.

개막식 행사를 하고 며칠을 지나서야 겨우 다른 전시실을 돌아볼 여유가 생겼다.

`이건 뭘까?' 너울너울 흐물흐물 마치 바닷속 말미잘 같기도 하고, 꽃의 이미지를 가진 것 같기도 한, 추상일 수도 구상일 수도 있는, 각각의 나이테 무늬를 띈 형체들이 전시실 벽면에 자유롭게 너 부러져 있다. `오~ 이런~' 평면 이미지들이 체계적으로 걸린 게 아니고 자유롭게 걸려 있다. 마치 인테리어 벽면을 보는듯한….

`원영미' 그날 처음으로 만난 작가님이다. 살짝 곁눈질하고선 계속 뭔가를 골똘히 고민하신다. 아직 설치 단계라서 고민할 경우의 수가 많은 것 같다. 크기도 형태도 색상도 각기 다르다. 근데 슬프다. 뭐지? 저 형상들이 뭐길래 이렇게 감상자에게 노골적으로 슬프게 다가오나?

지난주, 흠칫 놀랄 만큼 세련되고 밝은 순수한 형상을 전시장에서 만났다. 정확히 2년 만에 원영미 작가님의 작품을 마주한다.

우선은 작품이 커졌다. 자유분방한 형태에서 조금은 단정해졌다. 다만 내면의 자유로움은 여전하다. 작품의 형식적 측면에서 좀 더 견고해졌다고 할까? 견고함 안에서 자유로운 영혼의 움직임은 더 세졌다. 마치 자연물을 절단해서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세포 형태들이 자유롭게 떠다니는 듯하다. 시끄럽다, 뭐 그리 서로 재잘대는지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난다. 그림을 보며 `저 친구들 참 말도 많다'라는 생각이 들어 피식 웃었다.

“오랜만입니다. 작가님 그림이 아주 밝아졌어요? 생기 넘칩니다?” 전시장에서 만난 원영미 작가님이 반겨주신다.

“아유~ 오랜만에 뵙네요. 그냥 후다닥 준비한다고 했는데 늘 부끄럽죠~.”

“작품이 이리 밝아진 이유가 있을까요?” 잠시 머뭇거리며 “사실 2년 전 작업은 그리움에 관한 이야기였어요.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고 어머니께서 평소 키우시던 화초를 키우며 `꽃'이라는 소재로 어머니와의 관계를 그 속에 담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꽃조차 우울한 느낌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요? 호호 완전하진 않지만 슬픔을 벗어나려 노력하고 있고요, 일상에서 다시 활력을 찾고자 `자연'이라는 소재와 더 친근하게 만나고 있습니다.”

인상주의 작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원영미 작가는 햇빛 가득한 자연에 매료되어 있다.

햇빛과 외적 자연의 아름다움을 탐구하기보다는 자연이라는 우주의 본질적 속성 `물질과 물질'의 다양한 만남과 그 충돌로 인한 수많은 파장을 `우연' 또는 `필연'으로 받아들이며 자신을 수용하고 있다.

꽃이 피고 지는 것은 우리네 생로병사와 다를 바 없으며 그 속에서 자연의 순리를 담담하게 인정하고 자신을 활기차게 화면에 던지고 있다. 활짝 웃다가 삐쭉 튀어나와가기도 하고, 다시 움츠리곤 슬며시 다가가기도 한다. 물론 받아들이는 쪽도 `뭐 어때? 그럴 수도 있지!' 하면서 쿨하다.

자연은 변화하고 진화한다. 지극히 자연의 일부분인 원영미 자신도 이러한 시간 속에서 또 다른 변화를 갖는다.

누에가 껍질을 벗듯 평면에서 일어나 입체적 구조 형식에 애쓰는 작가의 다음 작업은 무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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