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끝나지 않는다
삶은 끝나지 않는다
  • 반지아 청주 초롱꽃유치원 행정부장
  • 승인 2023.11.19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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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반지아 청주 초롱꽃유치원 행정부장
반지아 청주 초롱꽃유치원 행정부장

 

아주 우연히 어떤 여성의 유튜브를 구독하게 되었다. 우연하다는 표현 앞에 굳이 `아주'라는 단어를 덧붙인 건 그만큼 정말 생각지도 못하게 접하게 된 한 영상 때문에 이제는 구독자로서 시간이 날 때마다 그녀의 영상을 보고, 마음으로 응원도 하는 단계에 올라섰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끔 삶이 지나치게 우울하거나 분노로 휩싸여 힘이 들 때 그녀의 모습이 떠오르면 마음 한편이 차분해지며 다시 정상궤도로 돌아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녀는 바로 20대의 루게릭병 환자다. 루게릭병이라는 병명이 익숙한 사람보다는 낯선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나 역시 병명을 어디서 들어본 듯했을 뿐 정확하게 몰랐으니까. 그녀의 영상을 보며 루게릭병은 온몸의 근육이 차츰차츰 굳어가는 병으로 진행될수록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필수적인 근육들조차 굳어가며 죽음에 이르는 잔인한 병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완치의 개념이 없기에 최대한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이 최선인데, 최선이 최악이 될 수 있다는 걸 그녀의 영상 속 일상을 들여다보며 뼈저리게 느꼈다. 감히 헤아릴 수 없는 당사자의 슬픔에, 죽음이라는 피할 수 없는 목적지를 향해 급행열차를 탄 듯이 하루하루가 아슬아슬한 그녀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가족들의 절망까지 얹어 언뜻 생각하면 영상이 매우 어두울 것 같지만 반전은 지금부터 일어난다. 그녀의 영상 속에서는 웃음이 끊이질 않고 희망이 매번 화면을 뚫고 넘칠 듯이 가득하다.

요 며칠 그녀의 영상을 많이 보았다. 수능 날짜가 다가올수록 마음이 불안했기 때문이다. 수험생이 아닌데도 언젠가부터 수능 시즌이 오면 나는 남모를 불안감에 휩싸이곤 했다. 아마 내가 수능 수험생이었던 그 해, 1교시 국어시험이 끝나고 바로 자신의 몸을 하늘로 던진 한 학생의 소식을 들은 이후부터였던 것 같다. 아는 사람도 아니었고, 내가 시험을 쳤던 학교에서 일어난 일도 아니었지만 그 소식은 나에게 매우 충격적이었다. 수능의 무게가 삶의 의미를 넘어서는 현실에 깊은 회의를 느낀 것이다. 그리고 그 기억은 트라우마로 남아 이제는 수능 때문에 삶을 포기하는 수험생들의 소식이 거의 들려오지 않는 지금까지도 나를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생각보다 한산한 출근길을 달리며 나 홀로 조용히 기도했었다. 제발 모든 수험생들을 지켜달라고. 그리고 다행히 올해도 무사히 지나간 듯하다. 누구도 별이 되지 않은 채. 하지만 비극적인 소식이 뉴스를 타고 흘러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다. 누군가는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로, 생각지도 못한 실수로 인해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도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헤매고 있을지 모르고, 누군가는 별이 되지 않았을 뿐 모든 것을 내려놓은 채 포기의 길로 들어섰을 수도 있다.

나는 그들에게 루게릭병이라는 잔인한 병 때문에 서른을 목전에 앞두고서 걷는 연습을 다시 하고, 매번 엄마가 이를 닦아주는 등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으면서도 항상 너무 예쁘게 웃고 있는 그녀의 영상을 한편 추천해 주고 싶다. 그리고 내가 그랬듯 삶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여운이 그들 가슴 깊은 곳에 파고들어 수능의 결과가 앞으로의 삶을 쥐고 흔들려고 할 때마다 빛을 발해주길 기원한다. 글을 마무리하며 12년의 지리한 학교생활을 마무리하고 수능까지 마쳤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란 존재는 충분히 빛난다는 말을 모든 수능 응시생들에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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