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소함과 사치
검소함과 사치
  •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23.11.16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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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21세기를 이끌어갈 리더라면 당연히 사치스러운 삶을 지양하고 검소한 삶을 지향해야 한다. 그러나 사치스럽고 검소함이란 것이 단순히 겉으로 드러난 소비의 규모나 행태만으로 판단할 일은 아니다. 꼭 필요하고 타당한 이유가 있다면 명품관에 가서 30분 만에 삼천만원 상당의 물품을 구매했다고 해도 전혀 사치스러운 것이 아니다. 반대로 꼭 필요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길을 가다가 아무런 생각 없이 거리의 노점에서 괜한 욕심에 5천원을 주고 눈에 띄는 물건에 구입하는 것은 검소한 삶과는 무관한 일이다. 결국에는 마음이 0점 조정된 가운데 자신의 생활 규모에 맞춰 꼭 필요한 것이라면 억만금을 주고도 그것을 구매해야 하며 필요하지 않은 것은 공짜로 거저 줘도 일말의 욕심도 없이 즉시 사양함으로써 꼭 필요한 누군가에게 양보할 수 있어야 한다.

이처럼 0점 조정된 순수의식으로 매 순간순간 눈 앞에 펼쳐지는 목전의 상황을 바르게 봄으로써 일의 시종(始終)과 진퇴(進退) 등이 명확하면서도 담박해야만 `명덕(明德), 반야 지혜, 성령의 빛'을 밝힌 21세기를 이끌 리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의 0점 조정에 대해 부연 설명하면 희로애락 등의 감정이 일어나기 이전의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는 순수의식인 중(中)의 마음을 회복-유지하는 것이다. 마음이 0점 조정되었다면 사치스러움이니 검소함이니 하는 양변(兩邊)을 여읨 없이 여읨으로써 사고 싶을 때 사고 팔고 싶을 때 팔뿐이다. 0점 조정이 된 저울에 물건을 올려놓으면 그 물건이 누구의 것이든 상관없이 정확하게 무게를 재듯 0점 조정된 중(中)의 마음에서 발해지는 지혜로운 생각은 언제 어느 곳에서나 팔이 안으로 굽는 일 없이 바른말과 바른 행동으로 이어지며 성공적이고 행복한 삶을 담보해 낸다.

희로애락이 일어나기 전의 중(中)의 마음을 회복하는 마음의 0점 조정을 마치지 못했다면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 할까? 공자님께서는 `사즉불손(奢則不孫) 검즉고(儉則固) 여기불손야(與其不孫也) 영고(寧固)' 즉, 사치스러우면 겸손하지 않고 검소하면 고루하기 쉬운데 겸손하지 않은 것보다 차라리 고루한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말씀을 통해, 사치스러운 삶을 강하게 경계하신 바 있다. 자본주의 사회라는 칙칙한 우물에 깊이 추락한 채, 오직 돈을 모으는데 사로잡힌 채 사치스럽고 겸손하지 못한 삶은 멀리해야 한다. 차라리 이재에 밝지 못하고 현실적 감각이 다소 떨어지는 검소하고 고루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오히려 군자의 삶에 가깝다는 것이 공자님의 가르침이다.

이 밖에도 공자님은 부유함과 가난함, 사치와 검소 등과 관련, 다음과 같은 가르침을 남기셨다. 자공이 `가난해도 아첨하지 않고 부유해도 교만하지 않음은 어떻습니까?'라고 질문하자, 공자님은 `가야(可也) 미약빈이락(未若貧而) 부이호례자야(富而好禮者也)'라고 답하셨다. `그도 좋다. 그러나 가난하되 즐기고, 부유하되 예를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다'는 의미다. 공자님은 또 `사지도이치악의악식자(士志於道而恥惡衣惡食者) 미족여의야(未足與議也)' 즉, 도(道)에 뜻을 두고 나쁜 옷과 나쁜 음식을 부끄러워하는 선비와는 함께 의논할 수 없다는 말씀을 통해 검소하고 담박한 삶, 자신의 분수를 벗어나지 않는 지혜로운 삶을 강조하신 바 있다. 꼭 필요한 물건을 사지 못하는 경제적 무능도 훌훌 벗어나고, 욕심에 노예가 된 채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사는 사치도 훌훌 벗어난 가운데 물처럼 흘러가는 아름답고 행복한 삶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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