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로 선율과 함께 보헤미아 숲 속으로
첼로 선율과 함께 보헤미아 숲 속으로
  • 이현호 충북예총 부회장
  • 승인 2023.11.15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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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이현호 충북예총 부회장
이현호 충북예총 부회장

 

찬란했던 10월의 마지막 밤도 지나고 11월의 가운데로 열심히 치닫는 다소는 시끄러운 날들이다. 가을도 점점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는 낙엽 지는 날에 차를 타고 노란 은행잎이 잔뜩 떨어진 가로수 길을 미끄러지듯 달리며 듣는 음악은 마치 내가 멋진 영화의 주인공이 된 듯하다.

마침 FM 라디오에서 들리는 음악은 앞에 펼쳐진 전경을 그리듯 드보르작의 `고요한 숲'이 첼로의 선율로 점점 가까이 내게 다가온다. 꽤 오래전 오스트리아 빈 여행을 하며 거리와 공원에 그린 듯이 서 있는 나무들을 보며 풍성한 나무들과 그 옆에 뒹구는 낙엽들이 너무나 아름다워 오스트리아를 무척이나 부러워했는데 요즈음 우리나라 산과 거리를 보면 그 옛날 유럽 거리의 가을 풍경 이상으로 멋진 거리풍경과 잘 조성된 공원들을 보게 된다.

라디오에서 들은 음악 `고요한 숲'은 체코의 작곡가 드보르작이 작곡한 숲의 아름다움을 선율로 만든 가을의 걸작이다. 드보르작은 보헤미아(지금의 체코) 지방 프라하의 북부 블타바 강변의 한 마을에서 태어났다. 음악성이 뛰어난 드보르작은 후에 `모라바 2중창곡'과 `슬라브 무곡'으로 세계적인 관심을 얻었고 이것을 계기로 보헤미아 음악이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의 음악은 당시 주요평론가들과 연주자, 지휘자들로부터 많은 찬사를 받았고 그의 명성은 계속해서 외국으로 퍼져 나갔다. 그의 음악적 매력은 주로 풍부한 선율, 마음을 훈훈하게 하는 소박함, 단순미에 있다. 모든 음악 장르를 섭렵해서 골고루 명곡들을 남겼으며 보헤미아 지방의 민속자료를 19세기 낭만 음악 양식 속에 바꿔 넣은 것으로 유명하다. 주요작품에는 `슬라브 무곡',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 `유모레스크' 등이 있다.

드보르작의 작품 중에는 첼로의 그윽한 선율이 잘 어울리는 `고요한 숲 (Silent Woods)'이라는 곡이 있다. 이 곡은 시 적인 제목 때문에도 유명해졌지만 첼로의 아스라한 1번 선의 소리와 잔잔한 비브라토의 깊고 깊은 소리가 마치 울창하고 고요한 숲 속을 가로지르는 느낌이 들어 더욱 좋다.

`고요한 숲 (Silent Woods)'의 원곡은 1884년 작곡된 `보헤미아 숲으로부터'라는 제목의 피아노 듀엣곡 중 다섯 번째 곡이었다. 그러나 원곡 `보헤미아 숲으로부터'는 그리 주목받지 못한 곡이었다. 놀랍게도 첼로 곡으로 바뀌면서 관심과 사랑을 받게 되었는데, 이젠 원곡 피아노곡보다는 첼로 연주곡으로 더 유명해진 곡이 되었다. 첼로와 피아노의 2중주곡은 오히려 오케스트라와의 곡보다 어떤 면에선 더 빼어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많은 첼로 연주자 중에서도 여성 연주자였던 `재클린 뒤프레'의 우수에 젖은 듯한 첼로연주가 아름답고 고요한 숲 속 이야기로 우리 마음과 정신세계를 깊은 숲 속으로 인도하는 듯하여 역시 그녀의 매력에 다시 한번 빠져들게 한다.

짙어가는 가을, 청남대 가는 가로수를 지나, 청남대 숲 속으로 들어가 보자. 그리고 호수가 벤치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들고 드보르작의`고요한 숲'을 들어보자. 멋진 정원 숲에서 떨어져 자유롭게 뒹구는 낙엽들과 첼로의 아름다운 선율이 앙상블을 이룰 때, 우리는 진정한 보헤미안을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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