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빛을 전달한 세계기록유산
희망의 빛을 전달한 세계기록유산
  • 정소혜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 교육홍보팀 전문관
  • 승인 2023.11.15 1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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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정소혜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 교육홍보팀 전문관
정소혜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 교육홍보팀 전문관

 

50년의 독재가 끝난 1980년 3월 24일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젊은이들이 니카라과의 수도 마나과에 모였다. 이들의 표정과 눈빛은 결의에 차 있다. 그리고 울려 퍼지는 노래 `앞으로 나아가자 부대원들이여, 문맹 퇴치를 위한 게릴라들이여, 너희들의 무기는 교본이다, 무지를 전멸시키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자 문맹 퇴치를 위한 게릴라들이여'. 이들의 정체는 교사, 의료종사자, 회사원, 운전사, 주부 등 사회적 계층, 성별과 관계없이 니카라과의 문맹 퇴치를 위해 모인 젊은이들이었다.

50.35%, 인구의 반 이상이 문맹으로 조사된 니카라과는 당시 라틴아메리카에서 손에 꼽히는 문맹률을 기록한 나라였다. 대륙에서 가장 잔혹한 독재정권 중의 하나인 소모사가문의 독재를 끝낸 니카라과 정부는 이러한 문맹률이 전 국민이 국가 재건 사업에 참여하거나 사회의 일원이 되는 것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 생각하여 국민의 교육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선정하고 강력한 국민 통합을 촉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모인 `문맹 퇴치 게릴라'는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목표를 세웠다. 첫째, 문맹이라는 사회적 문제와 싸운다. 둘째, 기나긴 독재 동안 소외되고 배척되었던 니카라과 농촌의 삶을 드러낸다. 셋째, 다른 젊은이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국가적 변화에 참여할 기회를 준다. 넷째, 성인 학습자를 위한 교육부를 만든다. 다섯째, 이를 시작으로 다른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운동에도 열심히 참여한다.

이렇게 진행된 문맹 퇴치운동은 비단 글자를 읽고 쓸 줄 아는 것이 아닌 문해력을 개선하기 위한 교육도 함께 진행되었다. 이러한 목표를 가지고 젊은이들은 도시, 농촌을 막론하고 문맹이 있는 곳이라면 그 어디든 갔다.

공식적인 문맹 퇴치운동은 1980년 8월 23일에 종료되었다. 니카라과 정부는 이 당시 문맹 퇴치운동에 동참한 젊은이가 9만5582명이었으며 이들이 교육한 니카라과 국민의 수가 40만6056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5개월 만에 니카라과의 문맹률이 12.96%로 떨어진 것이다. 이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스페인어, 크리올식 영어, 원주민의 소수 언어인 미스키토어, 스무어로 만든 교재를 가지고 같은 해 9월 30일 다시 문맹 퇴치를 위한 교육을 진행했다. 이러한 노력은 1990년 니카라과 정부에서 성인 학습자를 위한 교육부를 만들 때까지 계속되었다.

이 문맹 퇴치운동을 통해 니카라과는 문맹률을 낮추는 것은 물론 자국의 젊은이들에게 빈곤 상태에 놓인 나라의 모습을 마주하고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던 뜻깊은 경험을 선사할 수 있었다.

문맹 퇴치운동에서 사용한 포스터, 교재, 교사들이 자신의 경험을 기록한 일기, 설문조사 등의 기록물들이 그 고유한 가치를 인정받아 200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선정되었다.

이러한 기록물은 현재 니카라과에 위치한 니카라과 및 중앙아메리카 역사연구소에서 보관 및 관리를 하고 있다.

니카라과 국민의 상처를 치료하고 그들에게 희망의 빛을 전달한다는 사명감으로 지속한 니카라과 문맹 퇴치운동의 수많은 참여자의 노력과 기쁨을 간직하고 있는 `니카라과 문맹 퇴치 운동 기록물'.

이를 통해 우리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글자가 단순히 글을 읽고 쓰기 위한 도구에 그치지 않고 그 이상의 의미가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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