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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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3.11.13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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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빈대포비아. 빈대+포비아(Phobia). 말 그대로 빈대 공포증이다.

무려 30여년 이상 빈대 청정국으로 불렸던 대한민국이 올가을 들어 갑자기 빈대로 시끄러워졌다.

사회 환경이 청결하지 못한 외국에서나 있을 법한 일로 여겨졌던 빈대 출몰 사례가 한국에서도 최근 잇따라 보고되면서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지구촌에서 최근 빈대의 출몰로 이슈가 됐던 도시는 프랑스 파리였다. 내년 올림픽 개최 예정지이기도 한 파리는 최근 4~5년 전부터 빈대가 도심 지하철 등 곳곳에서 발생해 세계 주요 통신사들이 해외 토픽으로 뉴스를 다뤄왔다.

최근에는 올림픽을 불과 1년 앞둔 터라 더 심각성을 알리는 뉴스의 타전이 계속됐다.

그런데 외국의 일로만 알고 있던 빈대가 우리나라에서도 올해들어 곳곳에서 출몰했다는 뉴스가 보도돼 전국민이 우려하고 있다.

지난달 대구의 한 기숙사에서 시작된 빈대 출현 소식은 이제 서울을 비롯해 천안, 아산 등 전국 17개 시·도에서 40여건이나 확인됐다. 당국이 급히 방역TF팀을 꾸리고 긴급 방역예산까지 편성해 대응을 하며 부산히 움직이고 있다.

DDT는 오스트리아의 과학자 자이들러에 의해 1874년 발명(?)됐다. 그러다가 65년이 지난 뒤 스위스의 과학자 뮐러에 의해 DDT에 강력한 살충 효과가 있음이 밝혀졌으며 뮐러는 이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다. 이후 DDT는 살충제로 쓰이며 전세계 인류의 구세주 역할을 했다. 곤충의 신경계에 작용해 스스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강력한 살충효과로 빈대는 물론이거니와 모기, 이 등 인류에 해로운 `천적'들을 없애주는 데 일등공신이 됐다. 실제 스리랑카에서는 1948년부터 1962년까지 DDT를 살포해 연간 250만명이던 말라리라 환자 수를 단 31명으로 줄이면서 완전 박멸 효과가 세계보건기구에 보고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전쟁 당시 DDT가 미군에 의해 보급돼 1960년대에서 70년대까지 널리 쓰여 빈대와 이 등 해충 퇴치에 큰 역할을 했다.

이렇게 세계 보건사에 엄청난 `은혜'를 베푼 DDT는 가축에 산란에 악영향을 주는 등 해악이 발견되면서 전면 사용이 금지됐다. 하지만 아직 인간에게는 유해하다는 증거가 발견되지 않아 여전히 논란 중이다.

한국사회에서 빈대가 완전히 섬멸된 것은 DDT 말고도 우리 고유의 온돌문화 생활 방식이 한 몫했다.

빈대는 영어명인 베드버그(Bed bug)에서 알 수 있듯이 침대 같은 곳에서 주로 서식한다. 1970~80년대의 한국에서는 침대 생활보다 온돌 생활을 한데다 소득수준의 향상으로 생활환경이 깨끗해지면서 빈대가 서식지를 잃으면서 자취를 감췄다.

사람의 피를 빨아 먹고 사는 빈대는 남에게 빌붙어 폐를 끼치는 사람을 비하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빈대 붙다'는 말이 있다.

2024년 4월10일, 총선이 5개월 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 시계가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빈대 붙어 살았는지, 그렇지 않게 살았는지 그 준엄한 평가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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