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땅과 네 땅 소유권 사이에서
내 땅과 네 땅 소유권 사이에서
  •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 승인 2023.11.08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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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포럼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헌법이 보장하면서 자유시장경제를 실현하는 근본적인 기본권이 재산권입니다. 이 재산권을 법률에서 구체화시켜 실체적 권리로써 보장하는 것이 민법(民法)입니다. 민법이 정하는 다양한 유형의 재산권 중에서 가장 핵심은 당연히 소유권입니다. 일방의 소유권을 전제하여 상대방이 자신의 재산권을 담보하기 위해 설정하는 지상권, 임차권, 유치권, 저당권 등이 소유권 외의 재산권에 해당합니다.

이와 같이 소유권 외의 다른 권리들은 상대방이 반드시 소유권을 가진 것이 아니고 자신의 급부에 대한 반대급부를 실현하는 채권에 기한 경우가 많은데 각 소유권을 가진 자가 자신의 소유권을 위해 다른 소유권을 제한시킬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인접한 토지 소유자들 간에 길을 사용하기 위해 종종 발생하는 주위토지통행권 관련 분쟁사례가 그것입니다. 소개드릴 사례는 모두 맹지인 토지 소유자가 길을 사용하기 위해 길을 소유한 토지주에게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인데 하나는 배려로 통행권을 보장하였음에도 편의를 위해 이를 초과하는 통행권을 보장받고자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기존 사도가 없어지자 새롭게 길을 사용하기 위해 통행권을 청구하는 경우입니다.

사례 하나, 마을의 두 끝집 사이에 길이 있는데 이 길은 온전히 한 소유자의 토지이어서 다른 집은 맹지 위에 있어 이 길을 통과해야만 갈 수 있습니다. 맹지 소유주는 길 소유주의 배려로 10년을 넘게 무상으로 통행을 하였고 길 소유주가 사망하자 상속인들이 최소한의 통행료를 요구하였습니다. 이때부터 그간의 호의는 어디가고 그 요구를 묵살하면서 토지측량조차 부정하였고 이미 무상으로 사용하던 통행권의 확인을 구하였습니다. 통행료는 줄 수 없다 하고 차량 통행을 위해 폭 3m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인데 기존의 통행관습을 초과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계속된 호의가 길을 내준 사람에게 권리의 남용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례 둘, 맹지인 과수원을 소유한 사람이 다니던 길이 없어지자 기존 토지주에게 통행권의 확인을 구했으나 패소하자 다른 인접 토지주에게 길을 내어달라고 통행권의 확인을 구하는 경우입니다. 맹지 소유주에게는 길이 반드시 필요하니 통행권이 필요한데 꼭 이 길이어야 하는지, 적절한 통행료를 지급할 것인지, 아니면 상호 원만한 해결을 위해 당초 청구대로가 아니라 필요한 부분만큼을 분할하여 교환하거나 매매할 것인지 등 다양한 고려요인과 경우의 수를 검토해야 합니다. 이런 사건이야말로 현장에 답이 있고 융통성 있고 상호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결과적으로 통행권을 구하는 사람의 요구대로는 되지 않을 것입니다. 판례는 주위토지통행권이 공로와 사이에 토지의 용도에 필요한 통로가 없는 경우에 피통행지 소유자의 손해를 무릅쓰고 특별히 인정하는 것이라는 전제하에 토지의 용도에 적합한 범위에서 통행 시기나 횟수, 통행방법 등을 제한하여 인정할 수 있고 장차의 이용상황까지 미리 대비하여 통행로를 정할 것은 아니며 토지이용의 편의를 위해 다소 필요한 상태라고 여겨지는 정도에 그치는 경우까지 자동차의 통행을 허용할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맹지 소유자가 통행권을 구하는 것 역시 소유권에 기반한 권리를 실현하는 것입니다. 다만, 이를 위해 손해를 무릅쓰는 다른 토지 소유자를 괴롭힐 목적으로 권리를 남용하거나 손해를 강요하는 것이 자신의 소유권을 초과하기 위해 남의 소유권을 제한시키는 것이고 법을 위장하여 스스로 법치를 부정하는 일임을 되돌아 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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