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교실 깨울 수 있을까
잠자는 교실 깨울 수 있을까
  • 김금란 기자
  • 승인 2023.11.08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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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인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보고 자란 경험의 세계로 자신의 능력의 한계를 짓는다.

기성세대들은 기억한다. 유년시절 대통령이 되겠다는 아이도 많았고 하늘에 우주선을 쏘겠다는 아이들도 많았다. 물론 말하는 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도,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없다는 것도 알았지만 친구의 허무맹랑한 꿈을 응원했다.

세월이 흘러도 예나 지금이나 학생들은 집보다 더 많은 생활을 하는 교실에서 꿈을 꾼다. 교육의 목적은 아이들 스스로 설정한 꿈의 한계를 넘어 꿈의 크기를 키워줘야 한다.

교실은 바로 학생들이 꿈을 꿀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더 큰 세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성장 가능성을 만들어줘야 한다.

교육부가 10일부터 2024년 1월2일까지 유튜브 채널(교육TV)을 통해 잠자는 교실을 깨우고 수업을 혁신하기 위한 교사들의 성장 이야기를 담은 `클래스 업(UP)! 교실을 깨워라' 프로그램을 방영한다. 총 16회로 구성된 이 프로그램은 학교 현장의 자발적인 수업 개선 분위기를 조성하고 공교육 혁신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만들기 위해 제작됐다.

방송에서는 동료 교사들끼리 인공지능(AI)·교육정보기술(에듀테크)을 활용해 수업 아이디어를 나누는 모습과 토의·토론, 프로젝트 수업 등 다양한 학생 참여형 수업 사례가 소개될 예정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권 추락으로 교직 사회가 침체한 상황에서도 묵묵히 수업을 개선하고자 노력하는 선생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교육부도 시·도 교육청과 함께 현장에서 수업 혁신을 위해 애쓰는 선생님들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교사의 성장 이야기를 담은 방송을 한다고 교실이 깨어날 수 있을까?

교실에서 학생들은 꿈을 꾸지 않는다. 땀과 노력은 능력과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이들도 알고 있다. 개천에서 용 나는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부모의 월급에서 용이 나는 시대다.

교육부가 발표한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 지난해 지출한 사교육비 총액은 26조원이었다. 사교육 참여율은 78.3%, 주당 사교육 참여시간은 7.2시간이다. 문제는 성적이 상위일수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지출과 참여율이 높았다는 점이다. 성적 구간별 사교육비는 상위 10% 이내 학생은 59만원, 하위 20% 이내 학생은 32만3000원으로 두 배 가량 차이가 났다. 성적 구간별 사교육 참여율은 상위 10% 이내 학생은 77.5%, 하위 20% 이내 학생은 54.0%에 그쳤다.

사교육 참여율이 높고 사교육비를 많이 쓸수록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는 현실. 경제적 여력이 부족한 부모는 돈 앞에 좌절할 수밖에 없다. 인생의 지상과제인 대학 입시를 향해 달려온 학생들은 성적 앞에 고개 숙여야 한다. 교실에서 행복을 찾지 못하는 아이들은 내일을 기다리지 않는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만 19~59세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능력주의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68.8%가 한국 사회에서는 능력과 실력이 비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능력이란 `얼마나 돈이 있는가'를 뜻한다는 응답비율도 64.4%였다. 또한 내 능력과 관계없이 부모의 재력 유무에 따라 이미 양극화의 차이가 난다고 밝힌 응답비율은 80.6%였고 한국 사회는 부모의 재력 없이 성공을 거두기가 어렵다고 밝힌 비율도 71.7%로 나타났다.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은 학교 성적에 따라 대학 간판이 달라지고 취업할 기업의 순위까지 결정한다.

교육부가 진정으로 교실을 깨우고 싶다면 학생들이 교실에서 꿈을 꾸게 해야 한다. 성적에 발목 잡혀 꿈조차 꾸지 않는 아이들을 포기하지 않는 것 그것이 혁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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