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이야기보따리
옛 이야기보따리
  • 민은숙 청주 생명초·중학교 사서교사
  • 승인 2023.11.06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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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 읽기
민은숙 청주 생명초·중학교 사서교사
민은숙 청주 생명초·중학교 사서교사

 

어릴 적에 계몽사에서 나온 어린이 한국동화와 디즈니 그림 명작 시리즈를 즐겁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이사하며 책을 버렸는데 이후에 책 버리던 엄마를 말렸어야 했다며 몇십 년을 한참 후회했다.

저작권 문제 등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나 같은 사람이 많았던지라 다행스럽게도 책은 복간되었고 현재는 이북으로도 판매 중이다. 옛날이야기는 다 이 책으로 본 거 같다.

초등학교 도서관에서 일하며 다시 전래동화와 세계명작동화를 읽게 되었다. 처음에 저 책들을 떠올렸지만 당시에는 책이 절판되어 수서한 책이 서정오 선생님의 `옛이야기 보따리' 10권짜리 책이었다. 이 책도 좋다. 소리 내어 읽어 주는 것 같은 문체와 삽화가 좋았다. 책 확인을 겸해 어릴 적 생각을 하면서 조금씩 읽었다. 그리고 삽화는 없어서 좀 아쉽지만, 합본으로 나온 옛 이야기보따리는 내 책장에 아직도 꽂혀 있다.

2월에 충북교육도서관에서 지원하는 인문고전필담 작가와의 만남 작가진에 서정오 선생님이 계셨다. 다행히 선정이 되어 작가와의 만남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인문고전 독서교육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사업이기에 대상 책이 전래동화가 아니라 홍길동전, 운영전, 박씨전, 구운몽, 어린이 삼국유사라는 게 조금 아쉽긴 했다. 인문고전 도서구입에 대한 예산도 따로 편성되어 아이들에게 다섯 권의 책 중 자기가 선택한 책 한 권씩 구입해 나눠 주고, 책 읽기를 할 수 있었다. 작가와의 만남 전에 작가에 대해 알아보고, 마음에 드는 책 한 구절을 써 보며 작가와 만나는 날을 기다렸다. 내가 애정을 갖고 있는 옛 이야기의 작가인지라 더 만남이 기대되기도 했다.

작가와의 만남 날, 작가는 거타지 이야기를 들려 주며 옛 이야기와 고전에 대해 이야기했다. 작가의 이야기가 어렵다는 평이 있어 걱정했다. 그리고 학교의 강연장이 강연자를 내려다보는 계단식 구조고, 강연장이 좁고 불편해 아이들이 과연 잘 집중할 수 있을지가 걱정되었다. 처음엔 아이들이 무척 산만해서 속으로 큰일났다 하고 생각했는데, 작가 강연이 진행되면서 집중하고 질문하는 아이들이 많아 정말 한시름 덜었다. 다행히 무사히 강의를 마쳤다. 작가와 강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데 아이들이 먼저 작가에게 인사도 하고, 악수해 달라고 하더라. 4학년 학생들이 읽은 책에 작가가 아이들 이름을 적어 사인을 해 주셨다. 사인책을 확인하고, 퀴즈 당첨자를 뽑고, 작가님을 배웅해 드리니 하루가 다 갔다. 좋아하는 책 작가다 보니 오히려 챙겨 드려야지 하고 챙겨 드렸던 것도 잊고, 내가 좀 더 침착하게 대처했어야 했는데 나도 중립을 잘 지키지 못했던 것 같다. 사인받은 책도 학교에 두고 와 버려서, 다음날 집에 와서 맥주 한 캔과 치킨을 손에 들고 내 이름이 적힌 책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조심조심 다시 한 번 책을 읽었다.

어렸을 적에 `여우 누이'를 읽으면서 좀 으스스해서 오싹하기도 했고, `방귀쟁이 며느리'를 보면서 뿡뿡거리는 며느리가 좀 웃기기도 했다. 뻥이 심하다고 생각했다. `열어도 자옹 닫아도 자옹' 이야기를 보면서 제 복에 산다는 셋째 딸이 당차고 오히려 멋지다고, 현대에 살아도 제일 잘 나가는 건 셋째 딸일 거 같다 싶었다.

커서 전래동화를 다시 읽으니 어렸을 때와는 감상이 약간 다른 이야기도 있고,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 감상을 가진 이야기도 있다. 나이가 더 들어서 전래동화를 읽는다면 어떨까 좀 궁금하긴 하다. 괜히 오래 이어진 이야기가 아니다. 당분간은 또 전래동화를 읽으며 옛 추억을 되새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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