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무 보유자 박재희 공개행사의 의미
태평무 보유자 박재희 공개행사의 의미
  • 심정민 무용평론가·비평사학자
  • 승인 2023.11.02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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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심정민 무용평론가·비평사학자
심정민 무용평론가·비평사학자

 

지난달 22일 청주 문화제조창 중앙광장에서는 `2023년 국가무형문화재 태평무 보유자 박재희 공개행사'로 `태평무의 날'이 펼쳐졌다.

보유자 박재희를 필두로 홍지영, 손혜영, 김진미 지도로 19명의 이수자와 70명의 전수자, 그리고 무용 꿈나무와 무용동호회까지 태평무로 한마음을 이루어서 청량한 가을 하늘을 벗삼아 관객과 교감하는 공연을 펼쳤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태평무는 궁중무용의 절제미와 민속무용의 신명이 융해된 태평무(太平舞)는 나라가 태평하고 백성이 편안하기를 바라는 국태민안(國泰民安)의 춤으로 1930년대 한성준에 의해 창안되었다.

한성준-한영숙-박재희로 이어지는 태평무의 몇 가지 두드러진 점이라면 우선 음악의 경우 사물이 아닌 가야금 독주인 성금연의 `새가락별곡'로 시작하여 경기도당굿과 경기 시나위로 이어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국가무형문화재 `한영숙류 태평무'의 초대 보유자인 박재희는 이 춤에 관해서는 이 시대의 권위자라고 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인간문화재인 셈이다. 특히 소멸될 위기의 `한영숙류 태평무'를 전국적으로 보급하여 활성화했을 뿐 아니라 그 춤의 본질과 정신을 제대로 이어가고 있는 장본인이다.

얄팍한 현상과 감각이 예술적 본질과 정신을 압도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작금의 무용계에서 박재희의 예술적인 품격을 지켜온 춤의 길은 조명받을 만하다.

박재희는 `국가무형문화재 태평무전승회'를 통해 `한영숙류 태평무'의 전수 교육을 통한 보전과 진흥에 힘쓰고 있는데 실제로 충북 청주를 중심으로 한 중부지회와 함께 서울지회, 영남지회에서 전수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충청권에서 잉태되어 발아된 태평무를 청주에 거점으로 전국적으로 보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서울 집약적인 무용계 활동상에서 벗어나 주요한 춤 활동이 지역에서도 펼쳐진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이러한 `국가무형문화재 태평무전승회'에는 춤을 제대로 추는 한국무용가들이 유독 많이 모이는 것으로 알려지는데 춤의 본질과 정신을 중요시하는 박재희의 영향이 아닌가 한다.

경력 쌓기용 이수증과 전수증이 남발되다시피 하는 현 전통춤계 상황에서도 `국가무형문화재 태평무전승회'는 철저한 검토를 거쳐 입회 승인을 받아야지만 춤을 배울 수 있는 까다로운 곳이기도 하다. 태평무를 제대로 배울 자격이 있는 무용가들을 선별하여 교육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인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통춤의 전수 교육 기관으로서 올곧은 기조를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태평무의 날'에 19명의 실력 있는 이수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박재희는 단순한 기술적인 면을 넘어서 `춤이 곧 나요, 내가 곧 춤이다'라는 한국 춤의 정석적이면서도 실제화하기는 어려운 소우주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여기서 박재희의 태평무를 특별하게 만든 미세하지만 중요한 지점을 감지할 수 있었는데 모든 이의 시선을 받는 춤을 마친 후 완전히 밖으로 나가는 그 모든 순간에 호흡과 걸음의 집중력을 조금도 흩트려 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무용가 대부분이 춤을 마친 후 어느 정도의 걸음을 딛고는 호흡을 내려놓은 것과는 차별화되어 있었다. 이는 춤에 대한 마음가짐으로 비롯된 것으로 국가무형문화재인 태평무의 예술적 가치를 높이는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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