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침략만이 국가 위기가 아니다
외부 침략만이 국가 위기가 아니다
  • 박명식 기자
  • 승인 2023.10.31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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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대한민국 사회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각해져서 걱정이다. 정치적 양극화는 기본이고 경제, 교육, 언론 등 사회 중요 분야에까지 양극화가 깊숙이 파고들었다. 문제는 그 여파가 국민 분열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데서 심각성이 더하다.

서울 도심에서 주말마다 보수와 진보 양쪽 진영으로 쪼개져 열리는 대규모 집회는 일상이 됐다. 보수 진영에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구속을, 진보 진영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타도를 외친다.

경제는 갈수록 빈부 차가 극심해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GDP는 세계 10위로 우쭐댈만하지만 정작 국민 1인당 GDP는 세계 27위다. 기업과 재벌만 돈이 많고 일반 국민들은 가난하다는 얘기다.

교육은 국가의 미래인 젊은 세대들을 로봇으로 만들고 있다. 우리 젊은이들은 과도한 입시 부담감, 불투명한 진로 등을 걱정하면서 우울증을 겪고 있다.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아까운 목숨을 끊는 학생들도 부지기수다.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데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할 언론까지도 양 진영으로 갈려 정치판의 스피커 역할을 하고 있다. 보수 진영에서는 MBC, KBS, 한겨레 등의 언론이 대한민국 정치, 경제, 교육, 사회를 다 망치고 있다는 주장을 편다. 진보 진영에서는 조선, 중앙, 동아 등의 언론을 당장 폐간시켜야 이 나라가 바로 설 수 있다는 주장을 편다.

한마디로 작금의 대한민국 사회는 진영 간 이념에 사로잡힌 정치 양극화, 빈부 차이가 갈수록 극심해 지고 있는 경제 양극화, 저출산과 인구감소를 부추기는 교육 양극화, 정치적으로 편향돼 극단적인 뉴스를 생산해 내면서 사회 분열을 조장하고 있는 언론 양극화가 만연해 있다.

최근 들어서는 지역 간 양극화, 계층 간 양극화, 세대 간 양극화, 남녀 간 양극화, 노동 시장 양극화, 문화 양극화, 부동산 양극화 등 별의별 양극화가 마치 유행처럼 생겨나면서 사회갈등을 한 층 더 부추기고 있다.

외부의 침략만이 국가의 위기가 아니다. 국가의 심각한 총체적 양극화 현상도 파국으로 향하는 전조이고 매우 큰 위협이자 위기가 될 수 있다.

이처럼 나라 사정이 파국의 위기로 향해 가고 있는 실정에도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책임져야 할 정치인들은 어제나 그제나 오늘이나 참으로 변함없기 그지없다.

총체적 양극화라는 위기 속에서 국민의 분열을 막고 나라의 안정을 꾀하기 위해 사력을 다해야 할 정치인들은 늘 그랬듯이 서로 물고 뜯는 정쟁에만 열중이다. 그들에게 걱정거리라고는 오로지 내년도 총선에서 공천을 받느냐 못받느냐이다. 또 앞으로 국정운영의 판세를 좌지우지할 당의 의석수다. 용산 대통령실과 여의도 국회의사당은 권력욕으로 가득한 정치꾼들만 득세할 뿐이다.

엊그제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아 서울광장에서 추모대회가 열렸다. 그런데 추모장에는 유가족들이 그토록 호소하고 애원하며 참석해 주길 바란 대통령과 정부 고위 관료, 여당 지도부는 일절 참석하지 않았다. 야당이 개최하는 정치집회 성격이 짙다는 것이 불참의 핑계였지만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 국민의 슬픔과 아픔에 공감한다면 정치적인 면을 배제하고서라도 추모대회에 참석해서 고통을 함께 나누었어야 했다. 그런데 국가라는 한 가정의 부모와 그 일가친척들이 자녀들의 억울한 죽음을 애도하고 슬퍼해야 할 자리에 오지 않았다. `이게 나라냐'라는 말이 다시 소환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고, 이 나라가 왜 양극화라는 병에 걸려 몸살을 앓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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