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이 아파요, 섬유근통증후군
온몸이 아파요, 섬유근통증후군
  • 최한나 청주한국병원 신경과장
  • 승인 2023.10.30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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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
최한나 청주한국병원 신경과장
최한나 청주한국병원 신경과장

 

걸핏하면 몸 여기저기가 아프다고 하지만 막상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으면 별 다른 이상이 보이지 않아 꾀병이나 엄살 취급을 받는 사람들이 있다. 환자 본인은 실제로 통증을 느끼고 이 통증 때문에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있는데 검사를 해도 왜 아픈지 원인을 찾을 수 없고 주변 사람들에게 엄살 부린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이러한 사람들 중에서 적지 않은 수가 섬유근통증후군 환자일 가능성이 있다. 병명부터 낯설게 느껴질 만큼 섬유근통증후군은 아직 널리 알려진 질환은 아니다.

섬유근통증후군은 온몸의 뼈나 근육에 통증이 있으면서 뻣뻣한 느낌이 드는 증상이 만성적으로 지속되는 질환으로 정의한다. 증상은 크게 네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는 전신 통증이다. 정확한 통증 지점을 찾기 어려워 환자도 어디에 통증이 있는지 잘 표현하지 못 할 때가 많고 `몸살이 자주 온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전체 환자의 50~80%는 긴장형 두통이나 편두통과 같은 두통을 동반한다.

둘째는 피로이다. 조금만 무리를 하여도 환자는 쉽게 피로감을 느끼며, 평소에 가지고 있던 통증이 악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셋째는 인지 장애이다. 환자들은 흔히 `머리에 안개가 낀 듯 하다'거나 `머리가 맑지 않다'고 호소한다. 집중력이 저하되고 기억력도 감퇴하여 예전에는 쉽게 할 수 있었던 일들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능률이 떨어진다.

넷째는 기분 장애이다. 전체 환자의 30~50%가 우울감이나 불안감을 호소한다.

섬유근통증후군은 남녀 성비가 1:8~9로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많은 질환이다. 전체 인구의 1~2% 정도가 섬유근통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섬유근통증후군의 빈도도 높아진다고 보고 있다.

섬유근통증후군으로 진단을 받게 되면 보통 약물 치료를 시작하게 된다.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신경계에서 통증을 전달하는 물질은 과도하게 증가하고 통증을 억제하는 물질은 과도하게 감소하여, 보통 사람들은 통증으로 느끼지 않을 약한 자극에도 쉽게 통증을 느끼게 되는 것으로 추측한다.

섬유근통증후군의 치료를 위해서는 증가한 통증 전달 물질은 감소시키고 감소한 통증 억제 물질은 증가시킬 수 있는 약제를 선택한다. 그 약제에는 항우울제 계통(삼환계 항우울제,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과 항전간제 계통이 있다.

비약물 치료도 중요하다. 효과가 있다고 입증된 비약물 치료에는 운동 요법과 인지 행동 치료가 있다. 운동은 걷기, 자전거 타기 등 저강도 내지 중강도 운동을 선택하여 한 번에 30분 이상, 주 3회 이상, 최소 4주일 이상 지속적으로 하여야 한다. 관절 질환이 있는 환자는 수영이나 아쿠아로빅과 같이 물 속에서 하는 운동을 선택하면 관절에 무리가 갈 염려 없이 운동할 수 있다.

인지 행동 치료는 우울감이나 자기 효능감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고 하나 통증, 피로, 수면 장애, 삶의 질은 개선하지 못 하여 약물 치료 없이 단독으로 시도하기는 어렵겠다.

섬유근통증후군 환자는 몸이 여기저기 아프면서 자꾸 피곤하다고 하는데 검사에는 별 이상이 없다고 하니 꾀병이나 엄살 취급을 받기 십상이다. 때로는 우울감이나 불안감도 동반되어 마음의 병으로 오해 받기도 한다. 의심되는 증상이 있는 독자께서는 신경과나 류마티스내과에 내원하여 진료를 받아보시기를 권유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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