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운의 젊은 날의 초상
장종운의 젊은 날의 초상
  • 정인영 사진가
  • 승인 2023.10.30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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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정인영 사진가
정인영 사진가

 

“국방의 의무를 짊어진 젊은이들을 흑백필름에 담았어요.”

충북대학교 징검다리사진회 출신 사진가 장종운이 군 복무 중 병사들의 병영생활을 기록하여 역사에 남기자는 목표 아래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모습들을 촬영과 현상, 인화 등 모든 과정을 직접 했다고 말했다.

대학 2학년 때 부터 사진동아리에서 사진에 몰입하여 배우고 익힌 스스로 사진지식으로 자신의 전공인 토목보다 사진을 우선으로 하였기에 언제 한번 사진에 대한 열정을 소홀히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어찌 보면 군생활에서 사진생활이 단절될 수도 있었다는 그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밝고 어두운 모두를 착실하게 찍어 병사들의 군생활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었다는데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회고했다.

그가 찍는 촬영포인트는 훈련 등 군인으로서의 내용보다 일상생활에 초점을 맞췄다. FEBA 휴전선에서 한 발짝 물러난 FEBA 페바 병영일기를 기록한 그의 사진을 보면 천진스러운 미소를 지닌 세병사와 동료군인들의 체육대회를 보러 나온 잔잔한 표정에서 군생활의 여백도 엿볼 수 있다. 설날을 맞아 내무반에서 음식을 차려놓은 차례상 앞에서 조상님에게 예의를 차리는 모습이나 바느질하기, 연예인 공연에 흥겨운 한때도 담아있다. GOP에서는 휴전선의 철책을 지키는 경계부대로 북한군의 움직임을 감시하는 근무가 보이는 한편 그에 대비한 하나하나의 면면을 엿볼 수 있었다. 젊은 날의 초상은 병사 개개인의 굳게 단련된 용맹스런 얼굴과 탄탄한 몸매가 믿음직한 군인의 자세들이 강한 휴머니티로 다가왔다.

그가 근무했던 군대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1987년 대학졸업과 육군임관을 앞두고 청주문화원에서 60여 점의 사진으로 개인전을 한 그는 ROTC로 군에 입대했다. 병사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피를 나눈 형제처럼, 친구같이 카메라 앞에서 서로 자연스러운 군 복무를 했다. 한겨울 갈수기 때 물이 모자라 목욕도 제대로 할 수 없을 때가 있었고, 철책근무를 할 때 내복과 전투복에 깔깔이, 설상보까지 옷을 겹겹이 껴입어도 매서운 바람을 이겨내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의 사진작업에 흔쾌히 협조해준 병사들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책임과 의무를 빈틈없이 완수하면서 서로 위해 자신의 마음을 아낌없이 쏟았다고 한다. 그는 30여 년이 훨씬 지난 지금은 모든 면에서 근무환경이 많이 좋아졌을 거라면서 군생활 당시의 열악했던 날들도 즐겁고 행복했다며 웃었다.

그의 카메라 필름에 담긴 병사들은 그와 함께한 사진적 대면이라고 할 때 이들을 사진으로 남긴다는 것은 생각이상의 뜻깊은 일이다. 카메라와 피사체의 마주보기라 할 병영사진작업은 역사적 기록이상의 의미가 있을 뿐 아니라 군대 내의 특성, 낯설다 할 수 있는 특별한 존재 이상의 뜻이 스며 있다고 하겠다.

더구나 그곳 병영은 아무나 갈 수 있는 곳이 아닌, 가려고 해야 갈 수 없는 곳, 찾는다고 찾아볼 수 없는 곳이다. 젊은이의 특권이 자리한 국가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젊은이의 초상'이란 제목도 그 가치가 있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그 존재마저 희미해지고 사라지기도 한다. 하지만 삭지 않고 사라지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세상의 모든 사물은 때가 묻고서야 그 빛이 난다고 하듯 그의 오래전 찍어둔 병영사진들도 시간예술이 되어 한 권의 책으로 세상에 나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아득하게 흘러간 군생활의 알토란같은 사진들을 이제 보고 느껴 마음에 담을 수 있으니 참으로 좋은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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