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목대비 서궁에 갇히다, 계축일기
인목대비 서궁에 갇히다, 계축일기
  • 이송현 진천교육도서관 사서
  • 승인 2023.10.30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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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 읽기
이송현 진천교육도서관 사서
이송현 진천교육도서관 사서

 

팔랑팔랑 단숨에 넘어가는 책장이 있는가 하면, 꾸역꾸역 글자를 눈에 집어넣어 읽는 책도 있는데 이달엔 그런 책 두 권을 읽었다.

한 권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욘 포세의 `아침 그리고 저녁'이다. 책장을 처음 넘기면서 마침표 없이 띄어쓰기와 쉼표로 이어진 글이 당혹스러웠다. 심각한 사건이나 위대한 인간이 등장하지 않고 그 자체로 아름답고 눈부신 이야기라는 정여울 작가의 추천 글과 다른 무엇보다 문학이기를 목표로 하는 문학에 주는 상이라고 여긴다는 수상소감을 읽고 나니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물을 책상 위에 두고 보듯이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훈련을 하는 것이 문학이 아닐까? 라는 누군가의 말이 떠올랐다. 다만, 학교에서 문학을 배우는 까닭은 고백에 대한 답으로 상대방이 “싫어ㅎㅎ” 라고 보냈는데 싫어를 보지 않고 ㅎㅎ를 보고 오해하면 큰일 난다고, 언어를 이해하는 보편적인 방식이 있어서라며.

두 번째로는 `계축일기'. 고전이 화두인 요즘 혼자 책장을 넘기기는 어렵고 역사공부 안 한 지도 한참 되어 엄두가 안 났는데 카톡에서 어떻게 북클럽이 운영되나 궁금하기도 하고 아들을 잃은 상황과 슬픔을 어떻게 서술했을까 하는 호기심에 신청했던 충북교육도서관 10월 온라인 북클럽에 참가해 완독할 수 있었다. 카톡으로 매일 읽을 분량과 내용이해에 도움이 되는 내용을 담아 오늘의 책읽기를 독려해주는 독서멘토와 함께하는 다른 참가자들의 단상 나눔 덕분에 마지막까지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11월 도서는 `유배지에서 온 편지'라는데 연말이라 바쁠 것 같아서 신청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온라인 북클럽은 누가 쓴 것인지도 모르는 이 이야기를 우리가 지금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생각해보라는 강사님의 질문으로 시작했다. 머리글에 적힌 `수백 년 전의 글이 어색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그러나 이해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관심한 모습을 보이는 것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분명 다른 의미가 있다.'라는 문장을 곱씹어 보았다.

문해력에서 비롯한 이슈들이 잦은 구설수에 오르는데 요즘 애들이 어휘력이 떨어진다고 치부해 버리는 것은 기성세대의 관점이구나 싶었다. 우리가 고전을 읽기 어려운 것처럼 단순히 어휘를 모르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2018년에 급식체 사전이라는 책이 발간되고 MZ 신조어 테스트가 나오는 것은 세대 간 표현 방식, 문해를 위한 도구가 점차 달라졌다는 방증일 테다.

고전읽기나 좋은 문학작품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관심한 모습을 보일 것이 아니라 앎에 대한 노력과 호기심, 그것을 탐구하려는 태도로 다가가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정보량이 많아지고 점점 더 복잡해지는 사회에서 집중해서 읽고 생각하는 능력, 종이에 쓰인 글을 넘어 읽은 것을 구조화하고 다양한 맥락과 상황을 함께 읽을 수 있는 능력, 소통의 오류를 줄이기 위해 의도를 파악하고 의사소통을 지원하는 복합적인 역량은 더욱 소중하다.

11월1일에는 진천교육지원청에서 EBS 미래교육플러스 진행을 맡았던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신종호 교수를 모시고 `학습하는 힘! 문해력'을 주제로 특강을 진행한다.

유퀴즈에서 책을 많이 읽어야 문해력과 사고력이 단단하다셨는데 어떤 이야기로 채워 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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