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과 열정 사이
냉정과 열정 사이
  •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 승인 2023.10.26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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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냉철한 이성과 열정의 감성으로' 또는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으로'. 많이 들어본 글귀입니다. 이상적으로 지향해야 할 휴머니즘을 뜻하지만 실천하기는 어렵습니다. 사람에게 이성이 무디고, 감성이 없다면 어떨까요. 생각만 해도 끔찍해서 혼란스러운 주변의 일상이 상상됩니다.

이달 1일이 국군의 날이자 한국전쟁의 휴전을 가능하게 한,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일이었습니다. 24일은 국제연합일(유엔의 날)이었습니다.

한국전쟁의 발발, 낙동강 방어선, 인천상륙작전과 유엔군 참전(1950년 9월), 압록강으로의 북진, 중국군 개입과 흥남철수(1950년 12월), 1·4후퇴(1951년 1월), 이후 지금 휴전선 부근에서의 고지전(1951년부터 1953년)에 이르도록 전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길어지는 전쟁을 끝내기 위한 휴전협상은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은 유엔의 지원이 계속되기 어렵다면 국군만으로도 전쟁을 수행하고자 했습니다. 3년간의 전쟁으로 남은 것은 수많은 인명 피해와 국토의 황폐화뿐이었기 때문에 침략행위에 굴복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언제든 북한이 다시 한반도에 전쟁을 일으킬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국가원수의 이러한 결연한 의지는 미국과 유엔을 강하게 압박하였습니다. 실은 미군을 이 땅에 주둔시켜 전쟁을 억제하고 싶었던 고도의 외교전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휴전을 위해 미국이 제시한 카드는 이승만 대통령이 요구한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의 수락이었습니다. 동 조약의 체결일이 휴전 이후 1950년 10월1일입니다. 공교롭게도 국군의 날과 겹칩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체결은 군사동맹의 관계를 맺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양국 중 어느 일방이 무력공격을 받았을 때 타방의 군사개입을 사전에 허용함으로써 국가의 생존을 도모하는 것입니다. 군사개입의 의무를 지우거나 군사개입의 여지를 두는데, 우리의 경우는 상호 협의 하에 군사원조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형태로 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적국으로부터 공격받았을 때 미국이 반드시 군사원조를 취하는 것이 아닐 수 있다는 해석으로 보이지만, 실제 주한미군의 주둔으로 인해 군사원조의 강제가 이미 실현되고 있으므로,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존재는 북한뿐 아니라 타국에도 엄청난 전쟁 억제효과가 있다는 것이 이미 역사적으로 증명되고 있습니다.

국가의 관계에서 적국이 아닌 한 우방(友邦)과 동맹(同盟)의 관계가 있습니다. 우방이 가장 넓은 의미에서 일반적이고 개선 가능한 외교관계라면, 동맹은 우방 중에서도 특별히 상호방위조약을 맺어야만 가능합니다.

우리에게는 미국이, 북한에게는 중국이 유일합니다. 한미동맹, 미일동맹으로 한일관계가 특별한 의미를 갖고, 과거 북한의 동맹이었던 러시아는 여전히 북한, 중국과 특별한 관계에 있습니다. 한편으로, 우리에게는 한국전쟁의 참전과 휴전 이후 미군을 중심으로 주둔하고 있는 유엔군이 동맹에 준하는 존재입니다.

우리에게 우방의 지위는 매우 가변적이지만, 적국과 동맹의 지위는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미래로 나아가는데 역사에 얽매이면 안되지만, 역사를 기억하고 반추(反芻)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국제법, 외교, 힘이 공존하는 국제사회에서 어디에 열정을 두고 냉정해야 할지 매우 어려운 문제이지만 정말 잘 판단해야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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