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다 있소, 다이소
모든 게 다 있소, 다이소
  • 김경순 수필가
  • 승인 2023.10.24 17: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간의 문앞에서
김경순 수필가
김경순 수필가

 

가을비가 내린다. 오늘 보니 빗방울에 나뭇잎들이 힘없이 떨어진다. 그러고 보니 나뭇잎이 어느새 색도 바래지고 있다.

그렇지 이제 곧 겨울이 올 것이고, 이 푸름도 모두 없어지겠지. 우울한 마음을 떨쳐야겠다는 생각에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밖을 나왔다. 고양이 먹구와 견공 청이의 간식이 그렇잖아도 떨어진지 며칠이 되었다. 먼저 하나로 마트에서 반찬거리를 사고 간식을 사러 가기로 했다. 비가 오는 날임에도 마트에는 언제나 사람들로 붐빈다. 천천히 마트 안을 천천히 능놀며 여기도 기웃 저기도 기웃 거렸다.

사람들은 무엇이 그리도 바쁜지 잰걸음이다. 믹스커피와 국거리로 쓸 얼갈이배추 조금을 사서 마트를 나섰다. 어느새 빗방울이 제법 굵어졌다. 손에 우산은 들었지만 나는 그냥 비를 맞으며 차가 있는 곳까지 천천히 걸어갔다. 차갑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이제는 고양이와 청이의 간식을 사러가야 한다.

가게는 작지만 정말 없는 게 없는 `다이소'에 왔다. 가게 안은 화이트 톤으로 좁은 가게 안이 실제 보다 넓어 보이는 효과를 준다. 진열되어 있는 상품을 보면 주인장의 성격을 알 수 있다. 어찌 그리도 사람의 심리를 잘 알까. 물건들이 마음으로 들어와 요동을 치며 유혹을 한다. 정말 필요한 것인지, 후회는 하지 않을지 한 참을 망설이다 매번 생각지도 않던 물건을 사오는 때가 많다. `다이소'는 체인점으로 소도시 어느 곳에나 없는 곳이 없을 만큼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가게다.

하지만 어느 지역의 상점을 가면 사고 싶은 물건이 딱히 없거나, 혹은 꼭 필요한 물건이 없는 곳이 많다. 그럴 때는 `가게 이름을 바꿔야 하는 거 아니야?'하며 혼잣말을 할 때가 있다.

오늘도 고양이 간식을 고르고 가게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요즘 나는 그림그리기에도 재미를 붙였다. 수채화도 좋지만 기와나 캔버스에 그리기 좋은 아크릴 화를 더 좋아한다. 마침 작은 캔버스가 눈에 들어 왔다. 작은 캔버스 세 개와 캔버스를 올려놓을 작은 나무 받침도 두 개 샀다.

이곳의 물건을 제일 비싼 것이 5000원이다. 요즘같이 물가가 비싼 세상에 저렴한 가격은 물론이고 예쁘고 실생활에 꼭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으니 자주 찾을 수밖에 없다. 다이소는 외국인들도 즐겨 찾는 곳이다.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그들에게 다이소는 안성맞춤의 가게인 모양이다. 아크릴 물감의 색을 보고 있을 때였다. 저쪽 구석에서 주인장의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제나 웃는 모습으로 사람을 반겨주는 분이다. 사실 주인장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그리 오래 되지는 않았다. 인터넷에서 내 글을 읽고 먼저 다가와 준 고마운 분이다. 그동안 계산을 하면서 그저 직원인 줄만 알았다.

그러던 어느 날 인터넷에서 내 글을 보았다며 반가워했다. 사람의 인연은 참으로 묘하다. 언제, 어느 곳에서 만나고 이어지게 되는지를 알 수 없는 게 사람의 인연이다. 그러고 보니 글로 인해 맺어진 인연이 적지 않다. 다이소 주인장과도 결국은 글이 맺어준 인연이다. 글을 쓴다는 일이 이리도 보람 있는 일인지 새삼 깨달았다.

이곳은 요즘 2층으로 건물을 늘리는 공사가 한창이다. 사다리를 들고 다니며 물건을 정리하는 주인장의 모습이 듬직하니 틀거지가 있어 보인다. 짧은 인사를 나누고 주인장은 어느새 밭은 걸음으로 사라졌다. 저리 바쁜데, 언제가 나와 한 약속은 지킬 수 있을까? 공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되면 차라도 한잔 마시며 담소를 나누기로 했는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