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후보에게 바란다
정동영 후보에게 바란다
  • 이재경 기자
  • 승인 2007.10.16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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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 재 경<부장(천안)>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가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대항마로 낙점됐다.

그가 듣기에 언짢을 수는 있으나 대항마는 말 그대로 우승 후보인 경주마와 싸우기 위해 내세워지는 한 수 아래의 말(馬).

그의 당에 대한 비호감을 누구나 잘 알고있는 지라, 그가 현 참여정부의 맥을 잇는 정당의 '법통'을 이을 유력한 대선후보가 됐음에도 언론은, 그를 MB와 싸울 '대항마'라며 무게를 낮춰 보도하고 있다.

우선 그가 한 정당의 대선후보가 됐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낸다. 앞서 자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된 권영길·이인제 후보에게도.

한 집단의 대표주자로, 또 한 직능단체 또는 부서의 대표가 됐다는 사실만 해도 그 사람은 이미 성공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기자생활을 했다는 전제하에 경력이 오래된 기자에게 두어 가지 처음보다 향상된 게 있다면 그 첫째가 필력일 것이다. 매일 글을 쓰다 보면 자연히 필력은 좋아진다.

늘 사전 찾는 일이 습관화되고 독자들에게 써도 될 말인가를 골똘히 생각하다 보면 그 과정이 반복되면서 글 쓰는 기술이 좋아진다. 독자가 없는 일기를 쓰는 사람하고 독자가 있는 기사를 쓰는 사람과의 차이다.

둘째, 사람 보는 눈이 좋아진다. 이건 제대로 기자생활을 하지 않더라도, 대충 어영부영() 기자를 하더라도 똑같다. 기자는 다른 직종군의 사람들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말을 할 줄 하는 어린아이에서부터 100세 노인까지 누구나 취재원이 되기 때문에, 또 누구나 약속을 하지 않고 만날 수 있도록 독자가 부여해 준 특권이기 때문이다. 그 바쁜 정도에 따라 대개 평범한 사람들보다 족히 10배 이상 많은 사람들과 만난다. 때에 따라 장례식장에서 울부짖는 유족들을 만나 취재수첩을 펴야 할 때도 있고, 살인마와 독대해 말을 해야하는 몹쓸 경우도 생긴다.

그렇게 많이 만나다 보니 자연히 사람 보는 눈이 좋아진다. 공직사회에 오래 출입하다 보면 사람 많이 만나본 덕분에 청백리를 가려낼 수 있는 능력도 생긴다. 시쳇말로 싹이 있는 사람, 없는 사람을 가려낼 수 있는 능력이 초급기자 시절부터 길러진다.

공무원들은 조직내에서 어느 정도 궤도에 진입하면, 적어도 10년 차 이상 공직에 있다 보면 그 싹이 있고 없음이 표가 난다. 그들은 어딘가 다르다. 더구나 한 조직의 장, 과장이나 국장직에 오른 이들을 보면 뭔가 다른게 있다. 그런 눈들이 기자생활을 하다 보면 밝아진다.

이제 정동영 후보 얘기로 돌아가자. 기자 출신이기 때문이다.

1978년 MBC 기자로 출발해 17년을 발로 뛴 그는 1년여 메인뉴스 앵커를 거쳐 국회에 입성, 노무현 정부의 황태자로 불리울 정도로 성공가도를 달려왔다.

그런데 앞 길이 순탄치 않아 보인다. 경선과정에서 극명한 대립을 보였던 손학규 측을 달래야 한다. 청와대의 노심(盧心)이 '정동영 배제'로 알려진 이상 이해찬 진영의 이탈은 불보듯 뻔하다. 당의 모호한 정체성은 아직 국민들의 지지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그가 어제 침실에서 경선승리의 기쁨에 취해 달콤한 잠을 잤으리라곤 상상이 가지 않는다.

기자 출신인 정후보에게 권한다. 대통합민주신당의 '대통합'을 버려라. 어중이떠중이처럼 모이고 목적달성을 위한 이합집산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과 과감하게 결별하라.

기자시절 키워놨던 사람 보는 눈으로 당과 함께 국민을 감동시킬 그런 사람들만으로 당을 채워라. 새정치실험이라고 그렇게 급조된 지금의 대통합민주신당을 국민들이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아는가. 내년 청와대 입성의 부푼 꿈에 앞서 사랑받는 정치인으로, 사랑받는 정당의 대표로 먼저 자리하라. 그런 연후에 국민들의 평가를 받으라. 5년 후를 기약하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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