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의대 쏠림 현상
심각한 의대 쏠림 현상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3.10.23 1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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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의사들의 집단 이기주의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망치고 있다!

과한 표현같지만 지금의 현실을 냉정하게 곱씹어보면 전혀 무리한 말은 아니다.

국내 의과대학들이 대한민국의 영재들을 모두 `블랙홀'처럼 흡수해버리면서 기초과학이나 공학 분야의 인재 양성에 적신호가 켜져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의사 정원은 17년전인 2006년부터 3058명으로 묶여있다.

인구 수가 줄어서 의사 수가 늘지 않아도 된다고 의사단체가 항변할 수도 있겠지만 의료 수요는 인구 수 감소와 아랑곳없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과학의 발전으로 기대수명과 실질수명이 모두 100세에 근접하면서 되레 의사 수는 수요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OECD 회원국중에서도 최하위권이다. 2021년 기준 1000명당 2.6명으로 30개 회원국 중 29위인데 실제로는 한의사를 제외하면 2.2명으로 꼴찌인 멕시코의 2.5명보다 의사수가 적다.

1위인 오스트리아의 5.4명, 노르웨이의 5.2명, 독일의 4.5명에 비해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의사 수가 적어서 발생하는 폐해는 익히 국민 모두가 알고 있다. 야간 응급상황에서 외과의가 있는 병원을 찾아다니다 앰뷸런스에서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환자 등 숱한 사례가 TV로 안방에 뉴스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 봄 간호법 갈등 상황에서 널리 알려진 PA(진료 보조) 간호사 문제만 봐도 그렇다.

의사 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의사를 대신해 수술실에서 대리 수술을 하는 얼굴없는 PA간호사의 실체는 온국민을 놀라게 했다.

전국에서 활동중인 PA간호사 수는 간호협회 추산으로 무려 1만여명. 이는 대한민국의 의사 수가 최소 1만여명 이상 부족하다는 의미와 같다.

의사단체가 의대 정원 수 동결을 고집하는 이유는 `의사 프리미엄'을 지키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의사 수의 확대는 곧 의료 인력의 공급 과잉을 불러와 그에 따른 몸값 저하를 우려하는 집단 이기주의로 비쳐지고 있다.

의사 정원 확대는 앞서 언급한 OECD 국가들과의 의사 수 비교, PA간호사 문제 등은 물론이거니와 지역 의료 공백 등 국내 현실을 고려해봐도 불가피한 필수 과제다. 의과대학이 단 한 곳도 없는 전라남도의 현실. 응급환자가 생겨도 가까운 곳에 병원이 없어 손을 쓸 수 없는, 의료 사각지대에 산다는 이유로 변변한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사경을 헤매야하는 지방의 환자들.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면허증만 따면 보장되는 `부'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의과대학에 가려고 하는 학생들, 또 그런 자녀의 선택을 부추기며 의대에 보내려고 하는 학부모들.

지난 3월 뉴스를 통해 의과대학에 가려고 목 매는 대한민국 수험생들의 실태가 적나라하게 밝혀졌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국내 의과대학 정시합격자들의 재수생 비율을 확인해봤더니 고3 재학생이 곧바로 의과대에 진학한 경우는 20%에 불과했다. 의대를 가려고 재수, 삼수, 사수, 오수까지 하며 합격한 사람들이 무려 80%에 달했다.

아무리봐도 기형적인 의대 쏠림 현상. 이번 기회에 제대로 된 대책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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