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冥想)이란?
명상(冥想)이란?
  •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23.10.19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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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봉사 3년 귀머거리 3년, 벙어리 3년’이란 옛 속담이 있다. 이 속담은 환경과 문화 등이 전혀 다른 친정 집에서 살다가 시집을 간 새댁이 새로운 가풍의 시댁에 잘 적응하라고 일러주는 조언이다. 그러면서도 이 속담에는 깊은 뜻이 내포돼 있다. 단순히 가풍이 다른 낯선 곳으로 시집간 새댁이, 그 시집에서 벌어지는 이해되지 않는 일들로 갈등하는 일 없이, 들어도 못 들은 척, 봐도 못 본 척, 말도 조심조심 아끼고 매사를 참고 견디면서 시집살이를 단순헌 방편적 가르침이 아니다. 봉사 3년 귀머거리 3년, 벙어리 3년이란 속담은 바로 동서고금의 모든 종교의 핵심을 관통하는 명상 수행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가르침이기 때문이다.  
동서고금의 모든 종교 및 수행의 근본이 되는 명상이란 말은, 어두울 冥(명)과 생각 想(상)자로 이뤄진 말이다. 명상이란 말을 직역하면 생각을 어둡게 한다는 의미다. 의역하면 생각을 쉬고 또 쉼으로써, 텅 빈 무심을 회복-유지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텅 빈 무심을 회복-유지해야 하는 까닭은, 자신의 마음이 0점 조정이 되지 않은 가운데, 자신이 갇혀있던 우물 속에서의 경험치를 기준으로, 보고 듣고 말하면, 매사에 갈등하며 불행한 삶 속으로 추락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 술을 새 부대에 담기 위해, 헌 부대에 묻어 있는 기존의 이물질들을 깨끗이 청소하여 새 부대를 마련한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된다. 솥에 새 밥을 할 때도, 밭 솥에 들어 있는 찬밥을 말끔히 덜어내야 하고,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는 것는 너무나 당연하다.
 
명상의 첫 글자인 어두울 冥(명)은 덮을 멱(П) + 날 일(日) + 여섯 육(六)으로 구성돼 있다. 우리의 마음이 모양, 소리, 냄새, 맛, 촉감, 견해 등의 여섯 방향을 향해서, 태양처럼 반짝반짝 빛나며 휘감겨가는 일 없이, 보자기로 마음을 덮어 빛이 외부로 향하는 것을 덮는다는 의미의 글자다. 명상의 두 번째 글자인 생각 想(상)은 서로 상(相) + 마음 심(心)으로 구성돼 있다. 인식 주체인 마음이 눈, 귀, 코, 혀, 몸, 의식 등을 통해 밖의 대상으로 향하는 것이 생각이라는 의미다. 따라서 명상은 생각을 쉬고 또 쉼으로써, 생각 없는 텅 빈 무심을 회복-유지하는 것이 핵심임을 알 수 있다. 불교의 무심 및 나 없음의 무아, 기독교의 심령이 가난한 자 등의 다 명상 수행의 궁극적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명상의 핵심은 자신이 오랜 세월 살아왔던 우물 속에서 경험한 기억 뭉치인 업식(業識)이 습관적으로 일으키는 온갖 생각 감정을 쉬고 또 쉼으로써, 끊임없이 밖의 대상으로 향하는 마음을 0점 조정해, 알고 모름이 없는 텅 빈 무심의 순수 의식을 회복하는 것이 첫 단추다. 대상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리거나 일희일비하며 에고를 강화하고 상처받는 일 없이, 생각 감정이 일어나는 근본으로 마음을 돌리는 회광반조(回光返照,) 즉, 생각 감정이 일어남을 알아차리며 마음을 챙겨서 무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명상의 핵심임을 알 수 있다. 맹자님은 이런저런 판단 이전의 텅 빈 무심의 상태를 회복하기 위해선, 앞 동네 뒷동네 등이 다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깜깜한 밤기운 즉, 하나의 야기(夜氣)만 존재하도록 하는 존야기(存夜氣) 수행을 강조했는데, 바로 명상의 핵심을 설파한 것이다.
0점 조정이 되어 있지 않은 저울로는 그 어떤 물건의 무게도 재선 안 된다. 그런 저울로 무게를 재는 것은, 재지 않는 것보다 못하다. 따라서 마음도 0점 조정을 마치고 순수 의식을 회복하기 전에는 자신이 아는 것이 전부인 것처럼, 팔이 안으로 굽는 어리석은 생각과 어리석은 말과 어리석은 행동을 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까닭에 우물 안 개구리 신세를 면하기 위해선, 생각을 쉬고 또 쉬는 명상 수행을 통해 마음을 0점 조정함으로써, 지혜의 눈을 활짝 떠야 한다.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해선, 마음의 0점 조정을 통해 그 어떤 과거의 기억이나 지식 및 이데올로기 등에 사로잡힘 없는 순수 의식을 회복해야 한다. 나 없음의 무아를 깨닫고, 심령이 가난한 자로 거듭난 뒤, 매 순간순간이 태초인 가운데 물처럼 흘러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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