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공무원의 다짐
새내기 공무원의 다짐
  • 박영규 청주시 흥덕구청 세무과 주무관
  • 승인 2023.10.18 1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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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2022년 11월 말 생각지도 않았던 흥덕구청의 연락을 받고 12월 초에 흥덕구청 세무과로 발령받았다. 28년 청원구 토박이로서 흥덕구는 새로운 곳이나 다름없었다. 임용식을 끝낸 뒤 과장님과 얘기를 나누고 전임자에게 자리를 안내받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전임자는 앞으로 맡을 업무에 대해 하나부터 열지 알려주었고 옆에서 그걸 받아적느라 정신이 없었다. 공직 생활의 설렘은 휘몰아치는 인수인계에 온데간데 없어졌다. 그렇게 업무를 배우고 나의 첫 공직 생활이 시작되었다.

나는 흥덕구청 세무과 지방소득세팀으로 배정되었다. 나의 주 업무는 매달 국세청에서 자료를 받아 미신고 또는 미납자에게 지방소득세(양도소득·종합소득)를 부과하여 고지서를 보내는 것과 매년 5월 종합소득세 신고 기간에 신고창구에서 민원인들의 신고를 도와주는 것이었다.

지방소득세는 국세의 10%라는 간단한 구조로 되어있지만 국세청에서 오는 자료가 워낙 복잡해 처음에는 자료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5월에는 세무서 신고창구에 출장을 나가 종합소득 신고를 받아야 했기 때문에 소득세법과 국세청의 `홈택스' 신고시스템을 따로 공부해야 했다.

이렇게 준비하고 갔지만, 납세자의 신고 사례가 너무 다양해 5월 한 달 동안은 너무 정신이 없었다.

납세자들은 왜 이렇게 화가 많을까? 내 주된 업무는 세금을 부과하고 납세자에게 고지서를 보내는 것이다. 한 달에 약 200~300건의 고지서를 발송하면 이틀 뒤부터 전화가 오기 시작한다. 몇몇 전화 외에는 짜증을 내거나 심지어는 입에 담기 힘든 말을 하는 전화가 대부분이다. 그럴 때마다 최대한 납세자가 이해하기 쉽게 고지서가 나간 이유를 설명해주지만 가끔은 너무 지쳐 언성을 높여가며 민원인과 전화한 적도 몇 번 있었다.

그런데 어찌 보면 납세자들이 화내는 것은 당연하다. 생전에 한두 번 신고해볼까 말까 한 양도소득과 종합소득이니 납세자 입장에서는 고지서를 받고 황당하거나 화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또 이런 것을 설명하고 납세자를 이해시키는 게 내 업무 중 하나다. 납세자들을 응대할 때는 항상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이 필요하다. 바로 상대편과 처지를 바꾸어 생각하는 것이다.

이제 공직에 들어선 지 10개월이 지났다. 첫 발령을 받고서는 하루하루 힘들었지만 그 하루가 쌓여 벌써 10개월 차 공무원이 되었다. 아직도 많이 부족하여 하나하나 배우고 있는 단계지만 지금 내 첫 자리에서 열심히 배우고 익혀 청주시와 흥덕구 세무과에 도움이 되는 공무원이 되고 싶다.

또한, 언제나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하시는 선배 공무원들의 모습을 보며 공직자가 가져야 할 자세를 배우고자 한다. 초심불망(初心不忘). 무언가를 시작하고 처음 가졌던 마음을 잊지 않고자 할 때 쓰는 말이다.

앞으로 기나긴 공직 생활이 남았지만 첫 공직 생활에 다짐했던 마음을 잃지 않고 매일 최선을 다하는 공무원이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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