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하기조차 싫은 시나리오
상상하기조차 싫은 시나리오
  • 박명식 기자
  • 승인 2023.10.17 1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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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박명식 부국장(음성 주재)
박명식 부국장(음성 주재)

 

러시아·우크라이나에 이어 중동의 화약고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까지 전쟁이 발발하면서 세계 안보추세가 극도로 불안하다.

지난 7일 팔레스타인의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수천 발의 로켓포를 퍼부었다. 하마스가 이번처럼 로켓포 수천대를 퍼부으면서 이스라엘 민간인들을 학살한 일은 전례에 없었다. 하마스의 갑작스러운 도발의 명분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탄압 중단이다. 실상은 수십 년간 팔레스타인에 자행해 왔던 이스라엘의 만행을 응징한 것에 가깝다.

이스라엘도 가자지구 426곳을 보복 공격하면서 팔레스타인 민간인 수백명이 숨지고 수천명이 부상을 입었다. 열흘째를 넘어선 양측의 무력 충돌로 무려 50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번 전쟁을 더 격화시킬 수 있는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도 임박해 있다.

심각한 것은 이번 전쟁의 여파가 중동 전체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란, 레바논, 요르단 등에서는 팔레스타인과의 연대를 외치는 시위가 연일 진행되고 있고 이라크에서는 수만명이 모여 이스라엘 국기를 불태웠다. 방글라데시와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권 나라에서도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집회가 벌어지고 있다. 특히 중동 내 대표적인 반미·반이스라엘 국가 이란은 이스라엘이 지상군을 투입하면 즉각 개입할 태세다. 만일에라도 이번 전쟁에 이란이 개입하게 된다면 10만 병력을 보유하고 있는 레바논의 헤즈볼라 등 이란의 후원을 받는 중동 내 다른 무장세력들까지 가세할 수 있다. 이들 무장 세력이 이스라엘이나 중동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을 공격하게 되면 전쟁의 국면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가늠할 수가 없게 된다.

이번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 전쟁은 과거 미국과 소련이 중심이 됐던 냉전시대를 다시 소환하는 도화선으로 작용되고 있다.

실제로 서방 국가를 비롯해 한국·일본 등 미국 편에 서 있는 국가들은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있고 이란·레바논 등 중동지역 대부분의 국가와 러시아, 중국, 북한 등의 공산국가는 팔레스타인의 하마스를 지지하고 있다.

이미 러시아·우크라이나의 기나긴 전쟁으로 서방 국가와 공산국가 간 대립의 골은 깊어져 있는 상태다. 아프리카 일부 국가에서는 잇단 쿠데타로 반서방 성향 정권들이 들어서는 등 세계 안보추세는 빠른 속도로 양극화 되고 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번 중동지역 전쟁이 중국·한국·북한·일본이 속해있는 동아시아지역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것이다. 미국은 중동지역에 전쟁이 터지면서 우크라이나에 이어 이스라엘까지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입장이 됐다.

문제는 이번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 전쟁으로 인해 미국의 핵 항모 등 군사력이 중동지역으로 집중된다면 동아시아지역 안보까지 돌볼 미국의 여력이 얼마나 남아 있겠냐는 것이다.

최근 들어 중국은 홍콩에 이어 대만까지 자국에 복속시키려고 호시탐탐 침공을 노리고 있다. 북한도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대량의 무기를 지원하는 등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만일에라도 중국이 중동지역 전쟁을 틈타 대만을 침공한다면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 이어 대만까지 지켜낼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이때다 싶어 북한이 수만발의 장사정포를 서울에 퍼붓고 동시에 서울·인천·대전·대구·광주·울산·부산·제주를 향해 핵미사일 쏘아댄다면 미국이 우크라이나·이스라엘·대만·한국 모두를 지켜낼 수 있을지 의문이자 걱정이다. 상상하기조차 싫은 시나리오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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