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길
새로운 길
  • 김기자 수필가
  • 승인 2023.10.16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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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기자 수필가
김기자 수필가

 

좋아하던 길이 사라져갔다. 놀랍도록 변해버린 산천은 그 길을 지워버렸고 기억조차 가뭇하게 만들고야 말았으니 나도 모르게 울음이 솟구쳐 오른다.

이유는 늘 한 쪽 가슴을 시리게 만드는 내 어머니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지워지지 않을 영원의 길, 그것은 나를 낳아준 어머니를 만나러 가던 길을 지금은 꿈속에서나 찾게 되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아주 오래전, 좁다란 산길을 오를 때면 힘든 줄도 몰랐었다. 그러나 현재에 머물러서 그려보는 그 길은 갈피만 잡힐 뿐이고 흔적조차 찾을 수 없게 되었다.

간혹 짐작으로 더듬으면서 오를 수 있었는데 이제는 전혀 아니다. 이렇게 가슴에 남아있는 길을 그릴 때면 적지 않은 생각의 우물이 고이기 시작한다. 목마른 그리움이 이런 건가 보다.

산소에 다다랐을 때는 의외였다. 말끔하게 정돈된 주변을 보며 마치 고운 할머니가 앉아서 기다리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였다.

이복동생들이 산소를 돌보아 왔던 것이다.

무수한 세월의 강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는 사실에 감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는 그곳에 찾아갈 사람들은 아버지와 우리자매들 뿐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요즘 같으면 이장을 하거나 정리를 해서 간편하게 모실 터인데 아니라는 동생들의 이야기가 그대로 감동이 되고 있었다. 등산도 하는데 왜 못 돌보겠냐는 바로 아래 남동생의 말이 가슴에 따뜻하게 자리를 잡고야 말았다. 아프고 불편했던 가족의 역사를 모두 끓어 않을 만큼 여유로워진 동생들이 그저 고마웠다. 나 혼자만의 기우였을까. 산 아래로 펼쳐지는 풍경조차 지녀왔던 마음의 벽을 스러지게 만들고 있었다.

마음의 길이 우리를 에워싸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동안 지각하지 못하며 살아온 현실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기에 부끄러움은 더해온다. 찾기 쉽고 넓은 길만을 고집했던 내 모습이 저만큼에서 주춤거리고 있다.

내가 살아온 길만이 힘들었다고 늘 남동생들을 향해 투정 아닌 투정을 얼마나 늘어놓았던가. 그래도 지금껏 대항하는 말 한마디 들어보지 않았으니 오히려 내가 한 없이 작아지는 심정이다.

동생들이 새로운 길을 알게 해주었다. 피를 나누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한곳을 향하도록 하고 있었다. 드러내지 않아도 그것은 지나온 시간의 고갯길에서 서로가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중인지 모른다. 이제 내가 서 있는 길이 힘들지 않을 뿐더러 여유마저 생겨나니 다행스럽다. 바로 우리라는 끈, 깊숙하게 자리 잡은 하나의 뿌리를 간직한 정서가 마음을 합하도록 만들어 준 것 같다.

오늘도 다시 시작되는 길이 말을 건네 온다. 귀 기울여보니 들리지 않아도 무수하게 빛 된 언어들이 가슴에 날아들어 길을 만들고 있다. 상쾌해지는 가운데 하루가 바쁘게 영글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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