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 김현숙 괴산교육도서관 관장
  • 승인 2023.10.16 1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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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 읽기
김현숙 괴산교육도서관 관장
김현숙 괴산교육도서관 관장

 

가을바람에 굴러가는 낙엽만 봐도 깔깔거리던 여고 시절, 문과반이던 우리에겐 과학 교사 어벤져스 팀이 있었다.

그때 그 시절 유행하던 `월리를 찾아서'의 월리를 쏙 빼닮았던 날씬하고 훤칠한 키에 작은 눈, 뿔테 안경을 쓰신 물리 선생님, 상·하체 비율 1:1에 뒤뚱이며 걷는 모습도 `아기공룡 둘리'를 쏙 닮은 화학 선생님. 남자임에도 보조개가 쏙 들어가시던 생물 선생님이 그 팀이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과학 수업으로 수학·과학이 싫어 문과를 선택한 문과반 여학생들에게 인기 만점이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문과인 내가 과학을 좋아하는 줄 착각할 정도였으니까 과학 선생님들의 인기는 대단했다.

하지만 학창 시절은 잠시 착각이었을 뿐 나에게 과학은 `가까이하기엔 먼 당신'이다. 과학 이론과 복잡한 공식은 보기만 해도 머리가 아프고 사실 과학 이론을 몰라도 삶을 살아가는데 불편함이 없으니 과학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과학책은 내가 읽어야 할 분야는 아닌 것 같았다.

최근 문과생도 이해하기 쉽게 과학 이론을 설명하고 과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다정하게 이야기해주는 책을 만났다.

도서 `문과 남자의 과학공부'(/유시민 저 ·돌베개)는 인문학자 유시민 작가가 과학을 소재로 쓴 책이다.

과학 이론을 면밀하게 분석하여 설명하는 과학서라기보다 우리에게 지적 자극과 정서적 감독을 준 과학 이론을 소개한다. 인간과 사회와 역사에 대한 생각을 교정해 준 정보를 골라 작가만의 언어로 재해석 한 과학과 인문학 화합의 책이다.

저자는 과학책을 읽으며 인문학 공부로 배우지 못한 지식과 정보를 얻고 과학의 토대 위에서 다양하게 사유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온전한 공부를 위해 인문학과 함께 과학 공부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문학은 과학으로 정확해지고 과학은 인문학으로 깊어진다.'라고 정리한 구절이 이 책을 소개하는 한 문장이다.

문과생들이 이해할 수준의 과학 이론을 바탕에 문과생 머리로 이해하는 과학의 접근법으로 책은 구성되어 있다.

인문학과 과학의 관계를 설명과 문과생의 화두인 내가 누구인지를 알아가는 뇌과학을 시작으로 우리는 왜 존재하는가에 관한 생물학, 우리 삶의 대부분이 엮여 있는 화학, 우리는 어디로 왔고 어디로 가는지 불확정성의 원리를 기반으로 물리학의 순서로 설명한다. 그리고 천재들의 지적 유희 수학에 관해서도 소개하며 이과생이 아닌 일반인도 과학을 부담 없이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인문학의 궁금증에 관한 답변을 과학 공부를 통해 찾는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전혀 별개로 생각했던 과학과 인문학의 접목, 융합 지점을 마주할 때마다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과학이 어떻게 인문학의 지평을 확장하는지, 과학과 인문학의 아름다운 콜라보가 궁금하신 분들에게 책을 권한다. 문과이면서 과학에 대한 호기심이 있는 독자에게는 충분한 교양서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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