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당 1 - 남자의 공간
여유당 1 - 남자의 공간
  •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
  • 승인 2023.10.15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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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여는 창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

 

남자들의 공통적 소망은 자기만의 공간을 갖는 것이다. 퇴근 후나 휴일에 자신만의 공간에 머물며 느긋하게 온전히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몰두하는 행복을 누리고 싶어한다. 커피 한잔을 마시며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고 게임을 즐기고 책을 읽거나 아니면 공구를 뚝딱거리며 무언가 만들고 싶어 한다. 이런 남자들의 간절한 바람과는 달리 집은 아내와 자녀의 공간으로 대부분 채워져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은 남자의 꿈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진화적으로 볼 때 모든 생명체는 안전한 자신의 공간을 확보하려 치열한 싸움을 벌인다. 마당정원 예원에서 자라는 꽃들도 자신의 자리를 차지하려 경쟁한다. 나무들은 하늘 공간을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해 맹렬한 성장의 다툼을 벌인다. 우리 동네 고양이들이 매일 밤 벌이는 야간전쟁도 영역 싸움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중동에서 벌어지는 불행한 전쟁도 모두 영토를 확보하려는 싸움의 연장선이다.

안젤라는 이런 간절한 나의 소망을 알고 마당 옆에 작은 공간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컨테이너로 지은 작은 공간이지만 안젤라 특유의 감각으로 세상에 둘도 없는 서재가 탄생하였다. 서재 이름은 `여유당(餘裕堂)'이라 지었다. 삶의 여유를 즐기면 행복을 찾는 집이라는 의미다. 좋아하는 책과 아름다운 소품들이 어우러진 공간에 머무는 것만으로 힐링이 된다. 미술관 창문처럼 만든 통창 유리를 통해 보이는 시골의 푸르름과 쏟아지는 햇살은 세상에 찌든 마음을 씻어 준다. 책상에 앉아 바라보는 마당의 잔디와 감나무, 먼 산의 능선은 깊은 산 속 암자에 와있는 것 같은 고요를 선물한다.

일과가 끝나거나 비 오는 날이면 여유당에 틀어박혀 책 읽기에 몰두한다. 한밤중 별빛이 비치는 여유당에 앉아 책을 펴면 세상의 시간과 중력이 멈춰 선다. 스티브호킹의 `시간의 역사'를 읽으며 우주와 시간의 기원을 상상한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딧세이아'를 읽으며 머나먼 트로이로 시간 여행을 떠난다. 여유당에 있는 책들은 모두 저마다의 우주다. 다른 책을 펼칠 때마다 항성 간의 여행이 시작된다. 여유당은 이런 시간 여행의 터미널이다. 이렇게 나만의 공간이 된 여유당은 시골살이 내 삶의 중심이다.

여유당은 다른 사람이 만든 세상의 탐색을 넘어 나만의 세상을 만드는 공간이다. 시골살이와 일상에서 경험한 에피소드를 행복의 법칙으로 풀어낸 글들을 모아 `행복살이'를 지난해에 출판했다. 나만의 사유와 글쓰기를 하는 여유당에 책 친구가 방문하면 기쁨이 커진다. 이웃 사는 베프가 책을 들고 오면 조용한 여유당에 이야기꽃이 피어난다. 나만의 공간을 넘어 이제는 이웃과 나누고 싶다.

시간이 깊어지는 이 계절에 `행복 인문학 강의- 행복살이'를 시작한다. 여유당이 나만의 공간을 넘어 책 친구와 이웃이 함께 머무는 `사유의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남자의 공간은 이웃의 공간으로 변모한다. 행복은 나눌수록 커진다. 여유당에서 느끼는 내 행복이 모두의 행복으로 커지는 기적을 이 가을에 이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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