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숲' 금빛과 설성 평생학습관
`배움의 숲' 금빛과 설성 평생학습관
  • 김경순 수필가
  • 승인 2023.10.10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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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문앞에서
김경순 수필가
김경순 수필가

 

“차렷, 선생님께 경례! 사랑합니다, 엄지 척!”

반장 어르신의 힘찬 구령에 맞춰, 수강생들은 큰 소리로 사랑한다는 외침과 함께 손을 머리로 올려 하트를 그리고는 엄지손을 추켜세우면 인사는 끝난다. 참으로 행복한 인사다. 처음에는 쑥스럽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해 얼굴이 화끈거려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몇 번 들으니 적응이 되어서인지 나도 힘차게 사랑한다는 말로 화답의 인사를 드린다.

나는 음성군 평생학습과의 프로그램 중 하나인 성인 검정고시 강사이다. 금빛학습관에서는 월요일부터 수요일 저녁 시간, 설성 학습관에서는 수요일부터 금요일 오전에 고졸 검정고시 수업이 있다. 나는 국어와 한국사를 맡고 있는데 화요일 저녁과 수요일 오전에 수업을 진행한다. 수강생들은 주로 60대에서 70대 어르신들이 대부분이다. 수업을 받는 분들은 몇몇 분을 빼면 초졸 검정고시부터 시작해 중졸 검정고시를 거쳐 고졸 검정고시 수업을 받는 분들이시다. 지난해까지 중졸반도 수업을 진행을 했더랬다. 지금은 음성군의 적극적인 홍보에 힘입어 검정고시에 대한 관심이 많아 졌다. 그 덕분에 강의를 받는 분들이 대폭 늘었다. 올해부터는 검정고시 반도 증원이 되어 고등부만 수업을 하게 되었다. 공부가 어려울 법도 한데 어르신들은 하나같이 즐겁다고 한다. 열정이 얼마나 대단한지 자연히 나도 수업에 열성을 다하게 된다.

세 시간 넘는 시간을 딱딱한 의자에 앉아서 강의를 듣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면 안쓰러운 생각이 든다. 검정고시 반은 오전보다는 저녁 반에 강의를 들으러 오시는 분들이 사실 더 많다. 낮에는 종일 밭에서 힘들게 일을 하시고 수업시간에 맞춰 부랴부랴 오신다. 또 어떤 분은 직장 일을 마치고 오시는 분도 있는데 수업이 한창 진행 될 때 오시는 분도 있다. 고된 농사와 직장에서의 일로 피곤하실 텐데도 눈빛은 얼마나 초롱초롱한지 수업하는 보람은 물론이거니와 사명감까지 느끼게 된다.

배움이란 것이 이리도 즐겁고 가치 있는 일인지 경험하고 느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음성만큼 배움의 장이 넓은 곳이 또 있을까 싶다. 음성 금빛 평생학습관과 설성 평생학습관에서는 검정고시 외에도, 성인 문해 교육과 취미와 적성에 맞는 강좌를 비롯해 자격증반 등의 강좌가 상·하반기 각각 백여 개가 열리고 있다. 학습관에서 마주치는 그 분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밝고 즐거워 보인다. 그분들에게 배움은 아마도 삶의 빛깔을 바꾸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검정고시 수업을 받는 분들에게 공부는 어렵고 고된 일이다. 왜냐하면 시험이라는 통과의례가 있기 때문이다. 시험이 가까워지면 초조해지고 두려운 마음에 걱정이 많으시다. 시험에 떨어지면 당연히 좌절감에 의기소침해지시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 툭툭 털고 밝은 모습으로 돌아오신다. 그것은 아마도 오랜 세월 겪어온 삶이 그렇듯 공부를 하고 시험을 치르는 일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진주의 탄생이 고통의 산물이듯이 공부라는 고통의 그 순간들을 지나가면 자신의 멋진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조선후기 문신이며 실학자였던 정약용 선생님도 `지금 당장 즐거운 것보다는 공부로 고통스러운 것이 결국은 나를 기쁘게 한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리도 힘들고 고통스럽다는 공부를 음성 평생학습관의 어르신들은 즐기는 듯하다. 그러니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나오시는 것일 게다. 배움은 끝이 없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배움을 쉬이 시작하기도 힘든 일이다. 그럼에도 음성의 많은 어르신들이 이렇게 배움의 꽃을 활짝 피울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음성 평생학습관의 활짝 열린 문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음성 평생학습관은 어우렁더우렁 아름다운 색으로 우거진 진정한 배움의 숲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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