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1광역에 1국립대 1사립대를 인가하라
로스쿨, 1광역에 1국립대 1사립대를 인가하라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10.15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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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 승 환 <충북민교협 회장>

법학대학원 즉, 로스쿨(law school) 문제가 전국을 휩쓸고 있다. 이 문제는 비단 법조인 양성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의 미래와도 관계가 있고 대학교육이나 법제도의 문제까지 얽혀 있어서 그야말로 난제(難題) 중의 난제다.

현재 법조계에서는 전국에 8개 정도의 로스쿨을 설치하는데 서울에 4개, 고등법원이 있는 지역에 4개 정도가 적합하다고 말한다. 그 이상이 되면 수준 저하와 법조인 양산(量産)으로 인하여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나름대로 타당한 논리와 근거를 가지고 있기에 이 의견은 존중되어야 한다.

하지만 필자는 다른 각도에서 로스쿨 문제를 접근하고 또 논의하고 싶다. 로스쿨은 국민국가(nation state) 구조의 재편이라는 시각에서 출발해야 한다. 현재의 대학위계를 고착화하고 지역불균등을 강화하는 로스쿨이 아니라, 약자인 지역을 살리고 법률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로스쿨이어야 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로스쿨을 운영할 수 있는 대학이라든가, 사법고시 합격 누적 인원 등에 의한 최소한의 로스쿨 인가는 결국 명문대학의 명문화 강화라는 결과를 낳고 만다. 달리 말하면 명문대학이 가진 기득권을 보장하는 것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많은 것이다.

소결론을 말하자면 로스쿨은 가능하면 많은 대학에 인가를 해 주고, 선발에서 엄격하게 인원을 조절해야 한다. 이 경우 생기는 부작용이 있다. 많은 대학에 인가를 해 주었을 때 교육비용의 과다와 고시 낭인(浪人)의 재생산이라는 부작용이 생길 뿐더러 선발에서 인원을 제한하는 것도 용이하지 않다는 문제도 생긴다. 그렇다면 반대로 적은 대학에 인가를 해주고 거의 대다수가 합격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가 아니다. 현재 의과대학이나 의학대학원의 사례처럼 거의 대다수가 합격하는 자격시험도 의미는 있다. 하지만 로스쿨 입학이 변호사나 법조인 자격을 담보(擔保)하는 것이어서는, 로스쿨 도입의 취지인 공정경쟁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한국에는 '서울대학교 폐지안'이라는 담론이 있다. 달리 말해서 독점과 특권을 폐지하자는 뜻이다.

서울대학교 폐지는 사회에 만연한 지나친 특권과 엘리트주의와 독점을 해체하자는 의미다. 그런데 서울대학교 폐지안은 담론으로는 성립할지 모르지만, 정책으로 실현되기는 어렵다. 이 담론에서 배울 것은, 상당수의 국민들이 특권과 독점을 해체해야 하는 부정적인 것으로 간주한다는 점이다.

이런 각도에서 일본의 사례를 보자. 일본의 로스쿨은 74개 대학에 5825명의 정원이 인가되었다. 일본이 74개 대학에 로스쿨을 설치한 것은 많은 대학에 로스쿨을 설치했을 때의 문제점을 몰라서가 아니다. 문제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균등과 독점해체가 더 중요했기 때문에 많은 대학에 로스쿨을 설치한 것이다. 이를 근거로 단순비교를 하자면 일본이 74개라면 한국은 30∼40개 정도의 로스쿨이 가능하고, 그 중 10개는 서울에 나머지 20∼30개는 지방에 설치될 수 있다. 그렇다면 충북과 같은 광역자치단체에는 1국립대 1사립대의 로스쿨 설치가 가능하다. 이 안은 현실적으로 무리(無理)가 있지만 그 무리함을 넘어서는 가치도 있다.

로스쿨과 같은 새로운 제도가 시작될 때, 수도권의 집중과 독점을 완화하는 정책을 강력하게 시행해야 한다. 서울시민들은 상해(上海)나 동경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서울을 더욱 현대적이고 세계적이며 경제적인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것은 5남매가 있는 집안에서 제일 똑똑한 셋째만 대학에 보내고 또 집중적으로 지원하여 옆집 아이와 경쟁하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러면 후에 셋째가 나머지 넷을 잘살게 만들어 준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그런데 성공한 셋째는 독점과 경쟁을 최고의 미덕으로 훈련받았기 때문에 나머지 가난한 네 형제자매에게도 경쟁을 통해서 성장하라면서 자신이 이룬 성공은 독점하도록 되어 있다. 현재 수도권과 지역의 문제는 우승열패(優勝劣敗)의 논리로 비유할 수 있다. 정치·경제·사회는 물론이고, 교육·문화·예술에서도 지역은 약자다. 반면 수도권은 강자다. 로스쿨은 약자를 살리는, 활명(活命)의 묘약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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