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의 역사
비만의 역사
  • 김희준 청주나비솔한의원 대표원장
  • 승인 2023.10.09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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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김희준 청주나비솔한의원 대표원장
김희준 청주나비솔한의원 대표원장

 

다이어터들 중에 이런 사람들이 있다. “제가 뚱뚱하고 게으르고 의지도 약해서 다이어트 하기가 너무 어려워요.” 뚱뚱하면 게으르고 의지박약이다? 이게 과연 사실일까.

지금으로부터 약 27000년 전쯤 다산을 기원하는 듯한 풍만한 여성을 조각이나 동상으로 만들었다.

정성스럽게 조각한 것으로 보아 분명히 긍정적인 의미로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재밌는 건 이 당시 사람들이 이 정도로 살이 찌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사냥하거나 나무에 열린 과일을 따서 먹는 수렵채집 생활 위주였고 먹을 것이 지금처럼 풍부하지 않았다.

굶어 죽는 경우도 많았고 대부분의 사람은 굉장히 말랐을 것으로 생각된다. 즉 예전에는 이런 살이 찐 게 오히려 좋은 것이었다.

그런데 약 1만년 전부터 인류가 농사를 짓기 시작했어도 식량이 풍부했던 시대는 아주 드물고 대부분의 인류 역사는 매우 심각한 식량 부족의 연속이었다. 그러다 보니 르네상스 시대까지도 살이 찐 건 오히려 좋은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았다.

통통한 사람은 약간 여유롭고 느긋하다고 생각하고 마른 사람은 좀 신경질적이고 히스테리 부린다는 선입견이 이때도 있었다.

18세기 기술발전과 맞물려 포겔의 2차 농업 혁명이 일어나는데 그때쯤부터 서서히 식량이 많아진다. 그러더니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살이 찐 게 별로 안 좋지 않냐는 말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1800년대 중후반에 활동한 찰스 디킨스의 조라는 인물은 `멋진 뚱뚱한 소년'이었지만 1900년대 중후반에 활동한 Paddy Chayefsky의 1953년작 연극에 나오는 마티는 자신이 여자들에게 인기가 없는 이유를 `못생기고 뚱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18세기 전까지 식량이 부족했을 때는 분명히 살이 찐 게 좋은 것이었는데 18세기 이후에 식량이 확 늘어나니까 살찐 게 안 좋은 것처럼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19세기 이후에는 더 심해져서 살찐 게 마치 죄악인 것처럼 인식되기 시작했다.

Peter Nathaniel Stearns 교수에 따르면 “1880년~1920년 사이에 미국 사회에서 비만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그때까지 오히려 좋은 것으로 여겨지거나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던 습관이 매우 부도덕한 것으로 바뀌었다. 체중관리를 하지 못하는 사람을 윤리적으로 비난하고 죄인이라는 낙인을 찍었다.”

우리의 선입견인 뚱뚱한 사람은 게으르고 의지가 약하다는 생각은 겨우 100~200년 정도밖에 안 되었다.

뚱뚱한 사람이 게으르다는 개념 자체가 의학에서 시작된 게 아니고 사회문화적인 가치가 바뀌면서 생겨난 것이기 때문에 역사적인 배경을 소개했다.

베일로 의대의 2006년 연구에서도 비만의 역사에 대해 다루면서 비만이라는 것이 원래는 좋은 것이었지만 못생긴 것으로 바뀌고 나중에는 죄악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물론 현대 사회는 식량이 너무 풍부하여 고도비만이 인체에 해가 되는 것은 맞지만 그것으로 그 사람의 성격이나 인성까지 파악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이야기다.

의학적으로 비만의 원인이 게으름과 의지박약이라거나 그 반대로 살찌면 게을러진다거나 이런 명확한 증거들은 없다. 다만 2006년 펜실베니아 의대의 연구에 따르면 비만이 되면 피로도가 올라갈 수는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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