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고 행복하게 해주는 커피
건강하고 행복하게 해주는 커피
  • 정연정 문화경제학자
  • 승인 2023.10.05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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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로스팅포인트 오렌지’

 

천안시 불당동에 가면 카페 `로스팅포인트 오렌지'가 있다. `커피와 음악 그리고 산'이 삶 자체인 주인장 이진견을 만날 수 있다.

그에게 있어 오렌지는 커피 고유의 향과 단맛, 산미, 바디감을 완벽하게 살리는 최적의 로스팅 포인트를 뜻한다.

남북으로 길쭉한 불당동은 지형이 풀무같이 생겼다하여 풀뭇골 또는 불무리라 불리던 천안시청 서편지역과, 현재 호반1·3차와 불당초가 있는 서당리가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때 병합하면서 불무리의 불(佛)과 서당리의 당(堂)을 따서 환성면 불당리(佛堂里)가 되었고 1963년 천안읍과 환성면이 통합되어 천안시로 승격되면서 비로소 불당동이 되었다. 불무와 서당의 지명은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다.

학창시절 산(山)에 푹 빠져 있던 주인장은 해마다 지리산을 찾았다. 그 때 만난 지리산 자락 산장지기의 뚝배기로 로스팅한 커피를 접한 것이 커피에 빠지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특히 이른 새벽 안개를 타고 천천히 온몸으로 퍼진 따뜻한 커피의 느낌은 그야말로 신세계 그 자체였다.

이후 지리산에서 맛본 새벽커피의 황홀경을 찾아 전국 곳곳으로 또 가까운 일본을 돌아 다녔다.

그 즈음 원통형 로스터로 커피를 볶는 지인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그의 놀이터 겸 사무실은 늘 지인이 볶아준 커피향으로 가득했다. 한참 뒤 지인의 로스팅이 어렵게 되어 낙심하던 차, 한약방집 아들이었던 사촌동생과 함께 가스불에 수망을 이용하여 커피콩을 볶게 된 것이 로스팅 여정의 출발점이 된다. 이후 열원(熱源)은 가스에서 숯불로 바뀌었고 로스팅과 핸드드립에 대한 아카데미로 사람들과 소통했다.

십여년 전에는 드디어 지인들과 함께 석달의 준비 끝에 커피와 음악을 함께 할 수 있는 작은 커피숍을 열게 되었고 이것이 2021년에 지금의 불당골 `Roasting Point ORANGE'로 우리 앞에 나타난다.

그의 로스팅에 대한 열정은 숯불커피 로스터 2019)와 뜸들임 가공장치(2022)의 특허로까지 이어진다. 2022년 11월에는 그간의 경험을 모아 `커피로스팅, 타이밍과 뜸들이기의 예술'이란 제목의 책도 냈다.

맛난 커피에는 다양한 향과 맛이 있다.

당연히 이진견의 커피에는 그윽한 향에서 출발, 새콤한 맛에 이어지는 단맛의 풍미가 있다. 그에게 있어 맛과 향이란, 할머니를 따라 갔던 예산장의 기름집 깨볶는 고소한 냄새처럼 `어렸을 적부터 몸속에 켜켜이 누적되어 온 오래된 기억'을 뜻하는 바, 로스터는 커피를 통해 그 아련한 기억을 현실세계로 이끌어 내는 매개체라 여긴다.

초등시절 누이의 피아노 소리와 인켈을 통해 흘러나온 음향에 대한 기억이 고향 몽곡리의 꿈(夢)처럼 진공관앰프에 대한 몰입으로 이어진 것처럼.

정연정 문화경제학자
정연정 문화경제학자

 

`더 많은 사람들이 질좋은 커피를 편안하게 즐길 수는 없을까?'는 주인장이 지금껏 천착해 온 오랜 화두이다.

하여 그만의 로스팅 포인트에서 발현된 커피의 다양한 뉘앙스를 한컵에 오롯이 재현하고자 하는 집중력의 결정체가 그의 커피이다.

대중성을 고려, 가성비 또한 좋다. 당연히 좋은 커피란 맛은 물론 사람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해주는 커피이다. 천안시 불당골에 가면 `행복을 볶는 커피로스터 이진견'을 볼 수 있다는 행복감에 젖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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