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이 많은 남자
복이 많은 남자
  • 심억수 시인
  • 승인 2023.09.24 17: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상 엿보기
심억수 시인
심억수 시인

 

청주공항을 이륙하여 4시간여 생각에 잠기는 동안 비행기는 다낭 공항에 착륙했다. 다낭은 베트남에서 가장 큰 항구도시다. 달라진 바람과 남국의 특이한 가로수 풍경이 이국임을 실감케 한다. 해변 따라 야자수가 우거진 미케비치가 보이는 숙소에 여정을 풀었다. 백사장과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프리미어 빌리지에 한국의 세 가정 아홉 식구가 이주했다.

가정의 행복을 가꾸고 가족의 사랑을 만드는 것은 아내다. 아내의 가족 사랑이 있었기에 딸과 아들의 가정을 잠시 베트남 다낭으로 옮길 수 있었다.

인간은 생로병사를 초월하지 못한다. 무릎이 아파서 나들이가 귀찮은 아내다. 그런 아내가 남편의 칠순을 기념하기 위해 자식들에게 여행을 제안했다. 흔쾌히 시간을 허락한 사위와 며느리에게 고맙고 고맙다. 사랑은 서로 생사를 의지하는 것이다. 묵묵히 가족을 먼저 생각하고 나의 삶을 믿어 주는 아내의 마음을 헤아리며 다낭의 매력 속으로 들어갔다.

다낭 도심을 흐르는 강 이름이 한강이다. 우리나라 한강의 기적을 본받기 위해 붙여진 이름이란다. 한강 위에 용의 모습을 형상화한 다리가 눈길을 끈다. 용 다리를 건너 다낭의 재래시장에 갔다.

딸과 며느리와 아내는 아오자이를 맞추었다. 사위와 아들과 나는 아오테를 구입했다. 손자 세명은 흰 바탕에 야자수가 그려진 상하의를 입었다. 베트남 고유의 의상을 착용하고 거리를 활보하니 우리 가족이 풍경이 되었다.

다낭의 대성당에 갔다. 프랑스 식민지 시대의 건물로 고딕건축 양식과 몽환적인 장밋빛 색조가 매력적이다. 성당을 찾은 관광객들이 우리 가족을 카메라에 담는다. 수많은 관광객의 시선을 뒤로하고 오행산 영응사로 향했다.

우리 가족은 종교는 없지만 영응사 본당에 들려 가족의 안녕을 기원했다. 7층 영응보탑의 웅장함과 화려함에 잠시 법주사 팔상전과 비교해보았다. 베트남 전통의상을 입은 우리 가족이 신기한가 보다. 여기서도 관광객들이 우리 가족과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한다. 잠시 온 가족이 모델이 되었다. 화목한 마음을 안고 호이안으로 향했다.

호이안 투본강에서 소원을 실은 나룻배에 승선했다. 소원 등불이 알록달록 강 위에 움직인다. 인간의 욕심이 상술에 맡겨지는 걸 알면서도 관광객은 각자의 소원을 염원하며 등불을 강물에 띄운다. 우리 가족도 투본강에 소원 등불을 띄우고 베트남 국민이 제일 선호하는 바나힐을 향했다.

바나힐은 세계에서 가장 긴 케이블카를 30여분을 타야 한다. 산 정상에 오르자 프랑스 고성을 형상화한 테마파크가 있다. 천상의 낙원이다. 산 허리에 떠있는 황금 다리가 매혹적이다. 거대한 손 모양의 조형물이 다리를 떠받치는 듯한 모습이다. 손의 쓰임새를 생각하며 하늘길을 걷는 아내를 바라본다. 느려진 아내의 발걸음에 안타까움이 밀려온다. 나이 들어 청춘이 빠져나간 자리에 주름이 가득하다. 6대 종손 맏며느리로 살아온 세월 아내의 자서전 같은 주름을 본다. 늙은 아픔이 먹먹하게 다가온다. 슬며시 아내의 손을 잡았다.

아내는 내가 복이 많은 남자란다. 당신이 복이 많아 우리 가족이 이렇게 행복한 여행을 하고 있단다. 아내는 항상 가정을 먼저 생각한다. 언제나 자신보다 자식을 더 챙기고 남편을 돋보이게 한다. 아내를 만났기에 복 받은 남자다. 복은 멀리 있지 않다. 서로 사랑하는 마음에 있다. 나는 복이 많은 남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