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울릉도
  • 김은혜 수필가
  • 승인 2023.09.20 19: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生의 한가운데
김은혜 수필가
김은혜 수필가

 

광활한 동해 한가운데 우뚝 솟은 울릉도에 도착했다. 천연기념물인 독도에 가려고 또 배에 올랐다. 독도에 가려면 삼대가 덕을 쌓아야 갈 수 있다는 말이 있던데 덕을 쌓았는지 바다가 멈추어 있는 듯 잔잔하다.

깊고 넓은 검푸른 망망한 바다 위에 까만 점이 수줍게 모습을 드러낸다. 까만 산 위에 하얀 꽃이 핀 군락지가 보인다. 꽃잎이 후후 날린다. 꽃인 줄 알았는데 괭이갈매기다. 우리를 본 갈매기는 날갯짓으로 노래로 멋지게 우리를 환영한다. 십여 년 전이나 오늘이나 변한 게 없어 반갑다. 빠진 게 있다면 홀로 아리랑을 색소폰으로 연주하는 이가 없다는 것이다.

십여년 전 출발부터 함께한 팀 중에 MBC 기자 가방과 색소폰 가방을 멘 두 남자가 콤비가 되어 머무는 곳마다 홀로 아리랑을 색소폰으로 연주하면 작가는 인터뷰하는 이를 사진에 담는다.

독도에 내리자 또 홀로 아리랑을 연주한다. 감미로운 선율이 흐르자 나는 `저 멀리 동해 바다 외로운 섬 오늘도 거센 바람 불어오겠지. 조그만 얼굴로 바람맞으며 독도야 간밤에 잘 잤느냐' 작은 소리로 연주가 멈출 때까지 따라 불렀다. 한 소절 한 소절이 독도와 너무나 잘 어울려 온몸에 전율을 느꼈다. 보고 느낀 점을 심오하게 아니 진솔하게 묘사하다니 감동의 가사를 수학한 작가가 존경스러웠다.

돌아오는 배 안에서 공교롭게도 탁자를 앞에 두고 기자와 마주 앉았다. “저는 실버합창단 지휘잔데 독도에서의 연주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요. 일찍 알았더라면 최상의 작품이 나왔을 텐데 늦었지만 여기서라도 부탁해요.”라며 연주자를 부른다. 그리고는 “여러분, 저는 기자입니다. 배 안에 실버지휘자가 계셔 노래를 부탁했으니 아시는 분은 함께 부르십시오.” 관중들이 합창이나 하듯 “네”로 대답한다. 사양하고 싶지 않아 자리에서 일어나 곡목을 일러주고 전주에 맞추어 부르는 동안 카메라는 배 안의 관중을 닮았었지.

독도 관광을 마치자 울릉도 관광이 시작되었다. 우리를 태운 차는 구불구불한 둘레길을 돈다. 이곳은 자연이 빚어낸 신비의 독도. 죽도를 시작으로 경이롭고 웅장한 바위가 심심찮게 있다.

바위 사이사이에는 부지깽이나물밭이 있다. 필리핀 바기오도 이슬로 식물을 키운다고 하던데 이곳도 바람이 먼지와 바닷물을 날라다 주나 보다. 모든 게 풍족지 않을 텐데 생명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저들 앞에서만은 겸손해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사면이 산인 알봉 마을에 도착했다. 바다 수면보다 더 낮을 것 같다. 그럼에도 아늑한 마을답게 교회도 밭도 너와집도 카페도 있다. 온종일 망망 바다와 기암절벽만 보다 카페에 앉아 라테 한잔의 쉼은 잠을 불러올 만큼 평안했다.

곤돌라를 타고 앞이 탁 트인 정상에 오르니 구름이 기다렸다는 듯 피곤한 우리 몸을 살포시 안는다. 구름의 손길이 어찌나 촉촉한지 붙잡고 싶어 양팔을 벌려 환영하는데도 순식간에 달아난다. 저만치에서 운무가 또 온다. 이곳은 하루에도 수없이 구름이 오가는 길목인가보다. 오는 구름 환영하고 가는 구름 손사랫짓하며 놀고 싶다.

예로부터 울릉도는 도둑 공해 뱀이 없고, 바람 미인 물 향나무 돌이 많아 3무(無) 5다(多) 섬이라 했다. 날이 더할수록 숨어있는 천혜의 자연경관은 빠뜨리지 않고 보여줌으로 찾는 이가 늘어난단다. 이토록 매력이 넘치는 울릉도를 눈으로 흡입해 가슴에 담았더니, 새가슴처럼 작던 가슴이 탁 트여, 동해가 무섭지 않을뿐더러 찰랑거리는 파란 물을 한가득 담은 둥근 함지박같이 보이고, 그 안에 아기자기한 조각품을 올려놓아 놀이공원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여행하면 마음이 넓어진다고 하나 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