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줄 아세요!”
“부끄러운 줄 아세요!”
  • 박명식 기자
  • 승인 2023.09.19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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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정표 충북농협 본부장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문화자유행동'이라는 신생 보수단체의 공동대표 최범이라는 사람이 말 같지도 않은 주장을 펴면서 나라가 또 시끄러워졌다.

그는 단체 창립 기념사에서 “세종과 이순신은 조선 사람이지 대한민국 사람이 아니다. 세종과 이순신을 위대한 조상이라고만 생각하는 사람은 근대국가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어떻게 자유민주주의일 수가 있냐! 세종과 이순신의 동상은 박물관 같은 장소로 가야 한다. 대한민국의 중심가가 전부 조선 사람들로 채워져 있는 것은 공화국의 정체성을 모르는 한국인들의 착종된 의식 때문이다”라는 주장을 폈다.

그는 또 이 같은 주장을 비판한 여론에 대해서는 “개·돼지들에게는 어려운 얘기일 것”이라고 응수했다.

안 그래도 일제강점기 봉오동 전투의 영웅 홍범도 독립군 대장 흉상 철거 문제로 나라가 시끄러운 마당에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 동상마저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터져 나온다는 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사실상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결정에 대다수 국민들은 “이러다가는 광화문의 세종대왕 동상과 이순신 장군 동상도 철거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는 우려감을 표명했었다. 그런데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곧바로 그런 주장이 터져 나오니 필자가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한 나라의 역사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민족이라는 구성체가 있어야 한다. 우리의 역사는 고조선, 부여, 고구려, 백제, 신라, 발해를 거쳐 고려, 조선, 그리고 남한과 북한으로 갈려져 있는 지금의 대한민국까지 반만년의 유구함을 자랑하고 있다. 그리고 이 유구한 역사를 일구어 온 우리는 스스로를 한민족이라고 부르며 자부하고 있다.

최범이라는 사람이 대한민국의 역사이기를 거부하는 조선도 결국은 우리 역사 속의 한 페이지다. 쉽게 말해 조선도 우리나라다. 그렇기에 우리는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 큰 업적을 남긴 위대한 사람으로 존경하고 경의를 표해 왔다. 세종대왕은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위대하다는 한글을 남겨 주셨고 이순신 장군은 지금의 일본인 왜구의 침략으로부터 이 나라를 지켜주신 분이다.

그런데 최범이란 사람은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전의 우리 역사가 부끄럽고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이 부끄러운가 보다. 이 사람에게 자랑스러운 역사는 오로지 이승만 정권부터 현 정권까지 고작 75년뿐이다.

우리도 별수 없이 이 땅에서 잠시 머물다 사라져야 할 존재다. 그런 우리가 자랑스러운 이 땅의 유구한 역사를 함부로 손을 댈 수는 없는 일이다.

만일에라도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이 조선 사람이라는 이유로 대한민국 중앙에서 동상이 철거돼야 하고 그런 상황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경복궁, 창덕궁, 남대문, 동대문 등 조선시대에 지어진 모든 건축물도 다 철거돼야 한다. 신사임당, 세종대왕, 이이, 이황 등 조선시대 사람의 초상화로 채워져 있는 대한민국 지폐까지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초상화로 바뀔 날이 머지않았다는 얘기도 된다.

이 나라의 역사를 송두리째 부인하고 왜곡하려는 신생 보수단체 창립식에 참석해서는 마냥 좋다고 박수갈채를 보낸 잘 나가는 정치인들이 있다. 자랑스러운 역사고 뭐고 다 필요 없고 그냥 정치적인 선동에만 집착하는 그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부끄러운 줄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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