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특수 양극화
추석 특수 양극화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3.09.1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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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여행, 호텔업계가 반색이다.

정부가 오는 10월 2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면서 추석 연휴 기간이 28일부터 3일까지 엿새간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추석 연휴가 길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잠재해 있던 여행 수요가 폭발했다.

연휴 때 해외 여행을 나가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항공권 구하기 전쟁이 시작됐고 국내 주요 관광지의 호텔, 리조트는 벌써 예약 물량이 모두 소진됐다.

업계에 따르면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오는 28~30일 연휴 기간 설악산, 산정호수 등 국내 주요 6개 리조트의 예약이 모두 꽉 찼다.

조선호텔앤리조트가 운영하는 그랜드조선 부산호텔과 그랜드조선 제주호텔의 예약률은 지난 10일 기준으로 각각 90%, 85%에 달했다. 일부 최고급 스위트룸을 빼고는 사실상 일반 객실은 모두 만실인 셈이다. 해운대해수욕장에 있는 파라다이스호텔부산의 추석 연휴 예약률도 90%를 넘어섰다. 이밖에 시그니엘부산, 기장군 소재 아난티힐튼부산호텔 등의 예약률도 모두 90% 안팎에 달해 대부분 호텔들이 즐거운 비명이다.

이밖에 경주, 설악산, 오대산 등 주요 관광지 인근 고급 호텔 리조트 등도 예약 손님들이 몰리면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항공업계도 희색이다. 연휴기간에 국내외로 향하는 내국인 관광객들의 발권 예약이 급증하자 아예 항공편을 늘리고 있다.

대한한공은 27일부터 10월 중순까지 부산~제주, 김포~제주, 김포~부산 등 모두 26편(이하 편도 기준)의 임시편을 배치했다. 국제선에도 추석 연휴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하는 하와이(4편), 자그레브(8편), 괌(4편), 발리(4편) 등 14개 노선 약 100편의 부정기편을 추가 운항하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김포~제주(8편), 김포~광주(1편)를 추가 운항한다는 계획이다. 국제선의 경우 인천~아사히카와(4편), 인천~오사카(4편), 인천~타이베이(8편)를 추가해 일본·대만행 고객 확보에 나섰다.

저비용항공사(LCC)들도 연휴 특수를 제대로 누리고 있다.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 등 모든 LCC들이 수십, 수백편의 노선을 늘려 고객 확보전에 나서고 있다.

호텔, 여행업계가 호황을 기대하고 있는 가운데 한숨을 내쉬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동네 골목상권이나 대학가 등에서 식당, 주점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과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일용직 노동자들이다. 연휴가 길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시내 중심 번화가보다 손님이 줄어드는 골목 상권 자영업자들은 무려 일주일여의 연휴로 매출 감소와 함께 월세 낼 걱정까지 하는 지경이라고 한다.

일용직 노동자들도 연휴 기간 공사 현장 등 일터가 쉬는 바람에 하루 일당 10만~20만원을 의도치 않게 `손해'를 봐야하는 처지에 놓였다.

원치않는 무급 휴가를, 추석 보너스도 없이 장기간 다녀와야 하는 급여 생활자들도 이번 추석 연휴가 썩 달갑지 않다. 한쪽에서는 명절을 즐기고 다른 한 편에서는 우울한 명절을 보내야 하는, 해가 가면 갈수록 더 심화하는 우리 사회의 양극화 문제. 연휴 때 정치권이 이런 상황에 대해 어떤 목소리를 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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