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어딘가?
거기, 어딘가?
  • 김일복 시인
  • 승인 2023.09.17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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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일복 시인
김일복 시인

 

남들보다 특별히 다른 재능이 없다면,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아니면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이것도 아니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살아가고 있는가? 이도 저도 아니면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사는가? 그저 이런 생각만 하다가 지금까지 아무것도 못 하고 견고하게 늙어버렸다. 그러니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일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잃어버린 시간이 있다고 해도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흘러가기에 내 인생을 리셋하며 살고 싶지는 않다. 어차피 죽기 전까지 인생의 방향이나 뜻밖의 경우를 알지 못할 것은 자명하다. 나도 모르게 살며 살아진 삶이기에 미래도 알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잘 안다.

이순의 나이가 되도록 뭐하나 해 놓은 게 없다. 그래서일까? 젊은 친구인 것 같은데 왜 놀지? 한량인가? 아니면 파이어족인가? 맞벌이 부부인가? 이런 질문에 난색 해지는 나는 당당하지 못하듯 말을 잇지 못한다. 더욱이 나이가 훨씬 많아 보이는 사람에게 명함을 받을 때는 시간이 멈추는 듯 경직된다.

반면 나를 부러워하는 사람도 있다. 명함을 보고 직업을 알 수 있고 경제적 상황이나 삶을 예측할 수 있으나, 명함 없는 나와 첫 만남에서 미래지향적으로 봐주는 사람도 있다. 작은 일에도 가치나 의미를 중요하게 생각해 주는 배려 깊은 마음이다. 그러니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려면 수시로 나를 발견하는 시간이 필요하겠다.

나를 사랑하면서 반복된 이별 앞에 불가항력이었던 시절, 거침없이 바다를 찾아다녔고, 애원하며 소리쳐 봐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안 되는 일은 안 되었다. 머피의 법칙 같았다. 그래서 미련 없이 마침표를 찍었다. 덧없이 보내다 보면 새로운 세상이 보일까? 생각했지만 내 인생에 다른 세상은 보이지 않았다. 놀기만 하면 재미가 있을까? 마냥 행복할까? 그렇다면 일하면서 놀면 재미가 있을까? 놀면서 일하면 얼마나 재수가 좋을까? 인생에서 재수가 많으면 좋겠지만 어디 그런가? 다 마음가짐에 달려있겠다.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하지 않던가? 그래서 비워야 산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내려놓아야 길이 보인다고 하지 않던가?

그렇다. 나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먹고 싶은 것 다 먹고 즐기며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 역시 또 다른 연장선에서 살아가고 있다. 아직 어디쯤 있는지 모르지만, 일하는 나인가? 노는 나인가? 아니면 배우는 나인가? 에 대해 스스로 질문해 본다. 내 딴에는 균형 있는 삶을 살아보겠다고 애쓰고 있는 건 분명하다.

온전하지 않은 나로서 완전한 삶을 살아가지 못해 갚지 못하는 빚이 있다. 그러니 죽어서도 나에게 용서를 구하는 까닭은 살아있을 때 내가 저지른 죄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겠지만 다듬어지지 않아 실수를 많이 했다. 만나는 시간은 늘 날 속였다. 그래서 정교하거나 평정심이 없다.

그러니 뭘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른다. 기쁘면 웃고, 슬프면 울고, 화가 나면 화를 내며 살면 되는 걸까? 타인의 시선은 중요하지 않다. 어디가 어딘지 모르지만 나를 위해 즐겁게 살자. 가뜩이나 외로움을 많이 타서 그런지 뭐든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 배우는 나로 하자. 그래야 지금의 이 글이 행복하다.

자, 스스로 행복을 만들어가는 데 시간을 투자하자. 거기, 어딘가? 모른다. 하지만 내가 할 일은 나를 다시 만나는 일이다. 나를 잃어버리면 안 된다. 거기 어딘가? 천국인가? 지옥인가? 현재 거기는 어딘가? 혹시 과거인가? 모르면 찾아보자. 내 몸이 나를 다스릴 때까지 찾아보자. 내가 제일 잘하는 일이 무엇인지 모르고 어제처럼 살더라도 미친 듯이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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