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심성예산 꼼꼼히 살펴야
선심성예산 꼼꼼히 살펴야
  • 하성진 기자
  • 승인 2023.09.17 17: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하성진 부장(취재팀)
하성진 부장(취재팀)

 

충북도가 허리띠를 졸라맨다.

내년도 재정 운용이 녹록지 않은 탓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취득세가 급감한 데다 국세 수입과 연동된 지방소비세도 줄어들었다.

도는 긴축 재정만으로는 감당이 어렵다고 보고 각종 투자와 지방보조사업 조정까지 검토하고 나섰다.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매년 상반기 3500억원 수준이었던 도의 취득세 수입이 올해 2851억원으로 급감했다. 세수 펑크에 직면한 것은 부동산 경기 둔화가 주요인이다.

부동산 매매 시 차익에 대한 세금인 양도소득세는 국세에 속하지만 매입한 부동산을 등록할 때 발생하는 취득세는 지방세다.

취득세는 전체 지방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 가량으로 지방소비세·지방소득세와 함께 3대 지방세목으로 불린다.

부동산 경기가 나빠지면서 주택 등을 새로 사는 사람이 줄어 취득세수가 많이 감소한 것이다. 취득세와 함께 부과하는 등록세, 지방교육세 등까지 줄면서 도의 지방세 수입은 예년보다 800억원 감소한 상태다.

내년 재정난이 불가피한 셈이다.

살림이 팍팍해지자 충북도는 당장 내년도 기본 경비는 동결하고 자체사업과 경상경비도 전년대비 10% 감액하기로 하는 등 고강도 긴축 재정에 들어가기로 했다.

특히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도 필요하다고 보고 모든 투자사업과 지방보조사업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먼저 전체 사업별로 성과 평가 등을 진행해 불필요한 사업은 일몰 또는 축소하고 부정수급이 적발되거나 유사·중복보조금은 폐지·삭감 또는 통·폐합할 계획이다.

도는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 과정에서도 예산이 부족해 통합재정안정화기금에서 400억원을 차입했다.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은 도가 회계 기금 운용상 여유 재원이나 예치금을 통합해 놓은 일종의 `비상금'이다.

도는 올해 살림 규모를 2641억원을 증액한 제2회 추경안을 편성해 충북도의회에 제출했다.

나라살림도 마찬가지다. 규모가 올해보다 2.8% 늘어난 656조9000억원으로 편성됐다. 재정 통계가 정비된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예산 지출 증가 폭이다. 역대급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긴축재정을 꾸린 것이다.

우리나라 재정적자는 갈수록 심각해진다. 지난 6월 말 기준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83조원 수준으로 정부가 제시한 올해 연간 전망치(58조2000억원)를 25조원 정도 웃돌았다.

내년도에는 더 늘어나 92조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가채무도 6월 말 기준 1083조4000억원까지 늘어났다. 내년에는 국가 채무가 1200조원을 목전에 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의 긴축 재정 기조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올해보다 4.6%가 늘어났다. 신공항, 고속철도 등에 대규모 예산이 배정됐다. 이를 두고 내년 4월 총선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앞으로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정부와 여야가 머리를 맞대 선심성 예산은 과감히 걷어내는 노력을 계속 기울여야 한다.

충북도의회도 19일까지 진행하는 임시회에서 도가 제출한 추경안을 심의, 의결한다. 매의 눈으로 꼼꼼하게 살펴 시급성이 없고 공익성이 없는, 특히 복지라는 말로 포장된 선심성 예산은 삭감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