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 쏘임(bee sting)
벌 쏘임(bee sting)
  • 이용찬 한국병원 응급의학과장
  • 승인 2023.09.14 18: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학칼럼
이용찬 한국병원 응급의학과장
이용찬 한국병원 응급의학과장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벌목(Hymenoptera)은 곤충강에서 3번째로 큰 목이며 꿀벌과와 말벌과 불개미 등이 있는 개미과 총 3종입니다. 이들은 복부종말에 산란관이 변형된 침으로 상대를 쏘아 독을 주입합니다. 공격 후 꿀벌의 경우 침이 사람에게 박히면서 사망하게 되며 말벌의 경우 침이 따로 빠져나오지 않고 수회의 공격에서도 살아 남을 수 있습니다.

벌 쏘임 사고는 국내에서 한 해 최소 1000건 이상씩 발생하며 주로 7월 부터 9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발생합니다. 이는 7~9월 추석을 맞아 벌초와 성묘를 하는 사람들과 등산객 등 나들이객이 늘어난 것이 주요 원인입니다. 또한 말벌류는 8월 중순부터 10월 중순까지가 가장 활발한 활동시기여서 벌 쏘임 빈도가 높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벌에 쏘이면 국소 반응으로 벌에 쏘인 부위 주변에 통증, 부기, 홍조 외의 증상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소수의 사람들은 벌 쏘임에 전신 알레르기 반응을 보입니다. 이러한 사람들이 벌에 쏘이면 과민증을 일으키며 이는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전신 알레르기 반응의 징후는 피부 증상, 호흡기계 증상, 심혈관계 증상, 소화기계, 신경계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먼저 피부 증상으로는 두드러기, 발진, 가려움증, 입술과 입안 부종이 있습니다. 호흡기계 증상은 코막힘, 재채기, 쉰 목소리, 호흡곤란, 쌕쌕소리, 가슴 답답함이 있습니다. 심혈관계 증상에는 저혈압, 실신, 가슴통증, 빠른 맥박, 쓰러질 것 같은 느낌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소화기계 증상으로는 복통, 구토, 설사, 메스꺼움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신경계 증상으로는 안절부절, 실신, 의식저하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호흡곤란, 저혈압, 아나필락시스성 쇼크 등은 사망까지 이를 수 있으므로 즉시 119를 부르거나 가까운 응급실을 방문하여야 합니다.

이 때문에 알레르기 반응을 경험한 사람들은 항상 자가주사용 에피네프린 주사를 가지고 있는 것이 좋습니다. 에피네프린(아드레날린)은 알레르기 반응을 치료하는 약물이며 작용하는 시간이 항히스타민제 보다 월등히 빠르기 때문에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전신 알레르기 반응이 없는 국소 반응인 경우에는 벌침이 있다면 가능한 한 빨리 벌침을 제거해야 합니다. 많은 경우 벌은 독주머니를 남겨 두어 그대로 두면 계속해서 독을 내뿜습니다. 따라서 벌침을 빨리 제거할수록 독소가 퍼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독침 제거의 원칙은 바로 `DO NOT SQUEEZE' 즉, 여드름 짜듯 짜서 뽑지 말라는 것입니다. 독침을 잡아서 빼면 독침을 눌러 잡아짜는 효과가 나서 더 많은 양의 독이 체내에 들어가 더욱 사태가 악화될 수 있습니다. 신용 카드나 버터 나이프와 같이 끝이 무딘 물건을 사용하여 벌 쏘인 부위 전체를 부드럽게 긁어내는 것이 벌침을 제거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그리고 벌침을 제거한 후 쏘인 위치에 따라 쏘인 부위를 높이 유지하면 부기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고 쏘인 부위에 얼음 찜질을 하면 통증 완화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벌 쏘임을 예방하려면 야외활동 시 벌을 자극하는 어두운색의 옷 보다는 밝은색 계열(흰색이나 노란색등)의 옷과 소매가 긴 옷을 입어 팔과 다리의 노출을 줄이고 향수나 향이 진한 화장품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반짝이는 장신구(귀벌이·목걸이·팔찌 등)도 하지 않는게 좋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