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추석 물가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심상찮은 추석 물가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 이형모 기자
  • 승인 2023.09.14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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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이형모 선임기자
이형모 선임기자

 

추석을 앞두고 밥상 물가에 비상등이 켜졌다.

기름값이 물가를 끌어올리고 폭염과 침수 여파로 과일값도 껑충 뛰면서 명절을 앞두고 서민들 부담이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1년 전 같은 달보다 3.4% 올랐다.

이는 2000년 9월 이후 23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최근 유가가 급등하면서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 유가도 심상치 않다.

8일(현지시간)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90.65달러로 전장 대비 73센트(0.81%) 상승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1월 16일(92.86달러)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같은 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87.51달러로 전날보다 64센트(0.74%) 상승했다.

국제유가가 국내 시장에 반영되기까지 2~3주 정도 시차가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기름값이 앞으로 더 오른다.

휘발유 가격이 1800원대를 넘어서 국내 휘발윳값과 경윳값이 2000원대를 돌파했던 지난해 여름 같은 고유가가 재연될 조짐이다.

과일값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이번 달 사과 가격이 지닌해 9월과 비교해 2배 넘게 오를 거란 전망이다. 배 가격도 지난해보다 최대 67.7%가 오르고 포도와 하우스 감귤, 복숭아 등 주요 과일 대부분의 가격이 줄줄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

농산물 가격 상승은 전체 물가를 0.26%포인트 끌어올렸다.

특히 과일 물가가 1년 전보다 13% 넘게 올라 지난해 1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사과가 30.5%, 복숭아가 23.8% 올랐다. 소득이 적을수록 지출 비중이 큰 밥상 물가가 이처럼 치솟다 보니 추석을 앞둔 서민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농산물 가격 상승세는 무엇보다 올봄 냉해에 여름철 태풍과 집중호우로 인한 수해, 폭염까지 겹쳐 농작물 작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사과 생산량은 지난해와 비교해 21% 감소하고, 배 생산량도 20%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사과는 부란병에 장마 영향으로 탄저병과 갈변병, 배는 검은별무늬병 등의 병충해 발생이 전년 대비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추석 성수기 사과 출하량은 전년대비 14%, 배는 8%가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다시 추석 물가를 자극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크다. 먹거리 물가가 오르면 가계 부담으로 이어지고 영세 자영업자가 몰려 있는 요식업계가 타격을 받는다.

주부는 장보기 겁나고, 서민은 과일 사 먹을 엄두를 못 낸다. 요식업계에 식자재 가격 상승은 경영난을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명절 물가는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정부로서는 당장 물가 관리가 발등의 불이다.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지난 8일 식품업계와 간담회에서 “식품·외식 물가는 서민 체감도가 높은 물가로, 추석을 앞두고 국민 여러분의 걱정을 덜어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도 추석 물가와 민심이 불가분의 관계라는 인식 때문일 것이다.

먹거리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 서민이 가장 큰 타격을 입는다. 정부는 수급 안정이 필요한 주요 품목의 생산·소비 동향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신속한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지자체도 성수품의 가격 동향과 인상 품목에 대한 대응책 서둘러 마련해 서민의 시름을 덜어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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