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의 방식에 관하여
민주주의의 방식에 관하여
  •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 승인 2023.09.13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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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2차 세계대전의 끝과 동시에 이념의 대립에 따른 냉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우리의 현대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선대의 항일독립운동가들도 독립 후 냉전에 따른 분단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38선을 기준으로 한 사실상의 분단은 결국 한국전쟁이 낳은 휴전선에 따라 법적 분단으로 고착되었습니다.

양 진영은 모두 민주주의를 말합니다. 지금은 쓰기 어색한 표현이 되었지만, 자유진영과 공산진영은 정치이념으로는 자유민주주의와 사회민주주의로, 경제이념으로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로 대립하였습니다. 냉전의 종식은 사회주의의 허구가 보편화되었다는 것이고, 이제 민주주의는 평등과 복지가 같이 중시되는 자유민주주의를 뜻합니다.

국민에게 자유가 가장 중요한 가치이면서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 되는 자유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방식은 다양합니다. 일반적으로 간접방식인 대의제민주주의와 직접민주주의로 분류하는데, 전자가 복잡다단한 국가와 사회시스템에 적합하여 채택되고 있습니다. 보통은 국민의 대표를 선출하여 선출된 권력으로 하여금 국민을 위한 통치권을 위임하는 대의제가 합리적이고, 직접민주주의는 이를 보완하는 형식입니다.

대의제에 집중하느라 직접민주주의에 소홀할 경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두 가지 방식으로 제도를 보완할 수 있습니다. 첫째, 선출 권력을 감시하고 국민의 직접 참여를 늘리기 위해 주민소환, 주민감사청구 등 직접민주제 방식을 도입하게 됩니다. 직접민주주의가 정책과 주요현안에 대해 국민(주민)이 직접 투표하여 결정하므로, 이상적이어서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대의제는 자유위임을 의미하므로, 선출된 임기 중 어떠한 정책의 결정과 집행에 대해 책임지지 않고, 다음 선거에서 결과로써 책임지는 것이 원칙이지만, 주민소환 같은 직접민주제의 도입은 기속위임의 성격을 더하게 만듭니다. 소수의 횡포, 갈등과 사회적 비용을 낳을 가능성도 매우 큽니다.

둘째, 대의제의 핵심인 정당제 민주주의가 극단으로 가는 것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개선할 수 있습니다. 자유민주주의는 대의제가 핵심이고, 정당제 민주주의는 대의제의 꽃이라 할 만큼 중요합니다. 그러나 정당이 국민의 의견수렴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법치가 잘 통하지 않는 영역이라고 비판받으며, 국민이 선택할 선출 권력의 후보들을 제대로 내지 못한다면, 국민이 기대하는 대의제는 신뢰받을 수 없습니다.

중앙정치는 명분은 둘째치고 정치인의 단식과 불통에서 오는 민생 외면, 지역정치는 오송지하차도 참사에 대한 책임 추궁을 위해 검찰수사, 주민소환 등으로 어수선합니다. 억울한 희생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현실적인 보상책, 재난관리체계와 참사의 인과관계에 맞는 책임, 재난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세밀한 위기관리대책 등에 대한 진지한 논의 요구는 없고, 특정세력에 기대는 듯한 막연한 책임 추궁은 법적 사실관계에 근거하지 않은 추상적이고 정치적인 목적의 운동으로 비추어 집니다. 정작 희생과 관련된 당사자들과 유족이 중심에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이와 관련해서 주민들에게 민주주의의 방식과 그 방식을 위한 제도를 제대로 알리고, 그에 따라 합리적 의사결정이 전제되는 것이어야 합니다. 이를 감독하는 선거관리위원회는 비용만을 수령할 것이 아니라 제도 홍보에 만전을 기하고, 민주주의 시민교육의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다수결이 아닌 만장일치의 의사결정방식과 대의제가 아닌 직접민주주의가 이상적으로 보이지만 현실적으로 주된 정치제도가 아닌 것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상적인 것은 현실적이지 못하고, 치명적으로 불합리한 것이 내포되기도 합니다. 이상적이지만 불합리할 수 있는 직접민주주의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잘 살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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