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사과들이 있다. 종교 속 이야기에 들어있는 사과도 있고, 근대사에 숨어있는 사과도 있다. 첫 번째 사과는 성경에 나오는 아담과 하와의 선악과다. 선악과가 정확히 사과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우리는 선악과를 사과와 같은 과일로 해석하여 받아들인다. 두 번째 로시니의 오페라에 나오는 스위스의 빌헬름 텔의 사과이고 세 번째 사과는 중력을 발견한 과학자 뉴턴의 사과다.
아담과 하와는 에덴동산 각종 나무의 열매는 자유롭게 먹을 수 있지만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만은 먹지 말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어겼다. 그 결과 인간은 낙원인 에덴동산에서 쫓겨나 실낙원하게 되었다. 그 결과는 어떤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하나님과 동일하게 누리던 특권은 상실했고, 땀 흘려 일한 결과를 먹고 해산의 수고를 겪게 되는 벌을 받았다.
스위스 사냥꾼 빌헬름 텔은 합스부르크가의 지방관 게슬러가 걸어 놓은 모자에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가 체포되었다. 빌헬름 텔이 받은 벌은 아들을 멀찍이 세워 두고 그 머리 위에 올려진 작은 사과를 쏴 맞추라는 것이었다. 지배자에게 밉보여 자식을 향해 활을 쏘는 이야기는 유럽에서는 흔한 이야기다. 노르웨이에서는 개암나무 열매를 아들 머리 위에 놓고 활을 쏜 사냥꾼, 덴마크에서는 아들 머리 위 사과를 맞춘 명사수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빌헬름 텔의 이야기가 동아시아 끝 우리에게까지 시차를 건너 전해진 것은 독일의 대문호 프리드리히 쉴러 덕분이다. 그는 그 이야기를 희곡으로 썼고, 이 이야기는 스위스를 비롯한 약소국 독립운동의 촉매가 되었다.
뉴턴의 사과는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영국 전역에 유행하던 흑사병으로 학교가 휴교하자 고향 마을에 머물던 그는 집 앞 사과나무 아래서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알아냈다고 한다. 사실 사과가 떨어지는 것만으로 인력을 발견한 것은 아니다. 갈릴레이, 케플러 등에 의한 역학 관련 연구와 지식의 축적이 그 근본 토대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사과는 여전히 뉴턴의 업적을 기리는 역사적 사과로 기억되고 있다. 우리나라 수목원, 연구소 곳곳에도 뉴턴의 사과나무 자목들이 자라고 있다고 하니 말이다.
사실 그 외에도 여러 사과가 있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오늘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스피노자의 사과, 백설공주를 미혹했던 왕비의 사과, 혁신과 융합의 상징이 된 한 입 베어 먹힌 스티브 잡스의 사과 등이 유명하니 말이다. 잡스는 사과가 영양가가 풍부하고 포장도 용이하며, 쉽게 손상되지도 않기 때문에 사과를 완벽한 과일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애플이 완벽한 회사가 되길 원했고 완벽한 과일인 사과를 회사의 이름으로 정했다.
아! 폴 세잔도 있다. 세잔은 어릴 때부터 꿈이 화가였지만 20대 중반부터 출품한 살롱전에서는 늘 보기 좋게 떨어졌다. 18년이나 도전해서 43살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살롱전을 통과했고, 56세가 되어서야 첫 개인전을 열었다. 개인전 후 승승장구하였다면 좋겠지만 사과의 화가 세잔의 길은 더 멀고 험했다. 그는 개인전 후 고향으로 내려가 독자적 작품 세계를 만들어 갔고, 그의 나의 60세 되어서야 `사과와 오렌지가 있는 풍경' 정물화가 탄생했다. 사과 하나로 파리를 놀라게 하겠다는 그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노력을 40년 한 끝에 그 말을 사실로 만들었다.
매주 토요일마다 선생님들은 길 위에 선다. 교실 안에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자기 일을 하던 선생님들은 수업이 없는 토요일을 택해 드디어 교실 밖으로 나와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았지만, 다치고 아프고 죽는 것조차 괜찮은 것은 아니다. 길 위에 선 선생님들의 검은 물결을 응원한다. 또한 지금 선생님들의 외침이 변화의 시작이 되기를 진심으로 염원한다.
